북한군이 포격 도발을 감행하자 유일하게 응사한 부대는 연평도 주둔 해병대의 포병중대뿐이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공군의 공대공 무장과 공대지 무장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군력으로 포격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없었고, 해군 함정들은 포탄의 사거리 밖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하느라 응사할 타이밍을 놓쳤다. 유일하게 해병대는 K-9 자주포 6문 중 고장나거나 수리중이던 3문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의 K-9 자주포로 90발에 가까운 포탄을 날려 북한군 사망 10여명, 중경상 30여명의 피해를 입혔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안보태세는 어느 정도로 강화됐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서해 군사력 강화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얼마전 밝혔지만, 북한의 무인기가 청와대와 전방 진지를 촬영하는데도 까맣게 몰랐고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에 북한군이 고사총을 쐈지만 원점을 확인하지 못해 북한군 GP 상공으로 경고사격만 하고 끝냈다. 이러는 사이 일일이 세기도 힘든 방산비리가 터져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신예 해군 구조함에 어선에나 다는 어군탐지기 수준에 불과한 2억 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사 달아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식의 방산비리를 일으킨 장교와 방산업체 임직원 등에게 눈곱만한 애국심이라도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오로지 돈에 눈이 멀어 불량무기를 양산해 군에 공급하면 유사시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한숨만 나온다.
북한은 유엔이 김정은 국방위 제1 위원장 등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을 묻는 결의안을 채택해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데다 우리 군이 호국훈련을 전개하자 또다시 군사적 도발을 호언하는 등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에 군 당국은 북한군의 도발 시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이런 다짐이 실전에서 실천되기를 바란다. 유사시 적극 응전할 의지가 없다면 많은 첨단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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