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 강원도 정선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사고는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자동차도 아닌데 선로 위를 달리던 기관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는 얘기도 그렇고 이 열차를 구조하러 간 기관차가 적절한 지점에서 멈춰 서지 못하고 무궁화호 열차를 들이받은 것도 그렇다. 이로 인해 승객 166명 중 28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이 충돌로 열차 전원이 꺼지면서 암흑 상태가 되고 난방도 중지됐다고 한다. 객실은 아수라장이 됐는가 하면 승객들은 장시간 추위에 떨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코레일이 일곱 시간이 넘는 동안 부딪힌 무궁화호 열차 견인에만 몰두하면서 승객 구조는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추운 날씨에 전등이 나가고 난방이 중지됐는데, 코레일이 조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승객들이 느꼈을 고통과 불안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장시간 버려졌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네 시간가량 갇혀 있다 어둡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힘들게 넘어온 뒤 코레일이 뒤늦게 마련한 관광버스를 타고 자정을 넘어 귀가했다고 한다. 이날 승객들은 고객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에 지금도 고통에 시달리리라 여겨진다.

열차도 사람이 조종하는 운송수단이므로 사고가 날 순 있다. 정선 사고의 경우 코레일은 추돌당한 무궁화호 열차견인 못지않게 승객구조에 바로 나섰어야 했다. 사고 시 열차견인을 담당하는 파트와 승객구조를 담당하는 파트가 따로 있을 것 아닌가. 두 가지 중요한 임무 중 하나에만 몰두했다는 건 열차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잦다. 보도되지 않는 지연운행은 더 잦다. 코레일은 KTX의 경우 20분 이상 지연될 경우, 새마을호·무궁화호 등은 40분 이상 지연되면 늦어진 시간에 따라 일정비율을 환불해주고 있다. 이처럼 지연운행과 사고가 잦으면 코레일의 수입이 줄어들고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코레일 경영진은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분석해보고 인력과 장비, 시스템이 부실해 발생하는 것이라면 원천적인 보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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