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후 25분간 열차 8대 그대로 정차 대피 소동

20일 오전 8시 6분께 대전 도시철도 시청역 변전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내부에 설치된 소방 설비가 작동해 3분만에 자체 진화됐다. 사진은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서둘러 역을 빠져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오전 8시 6분께 대전 도시철도 시청역 변전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내부에 설치된 소방 설비가 작동해 3분만에 자체 진화됐다. 사진은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서둘러 역을 빠져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도시철도 역사 내 작은 화재가 대전도시철도공사의 안일한 대처로 대형 인재(人災)로 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20일 대전소방본부와 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8분쯤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역사 내 변전소에서 에너지 저장장치가 과부하로 인해 녹아내리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 파악에 나섰던 이모(37) 소방관이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화재 자동 소화 설비에 의해 3분여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오전 8시 32분부터 42분까지 시청역을 지나는 3개 열차는 시청역 무정차 운행을 해 시민들이 출근에 차질이 빚어졌다.

다행히 화재는 조기에 수습됐지만 같은 시간대에 시청역사에서는 자칫 대형 인재가 우려될 만한 상황이 노출됐다.

화재 발생시간인 8시 8분부터 열차를 무정차 시키기 시작한 32분까지 25분 여의 시간에 각각 판암행과 반석행으로 운행하는 열차 8대가 그대로 시청역에 정차했고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승·하차해야 했다.

화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독가스와 이산화탄소 가스에 출근길 도시철도를 이용한 다수의 시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당시 승객들도 화재로 배출된 연기와 가스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자동 소화설비에 의해 자체 진화됐기 때문에 그 시간에 역사 내 대합실 등에 있던 승객에게는 유해한 영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사는 화재 발생 후 25분 후에는 열차가 시청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도록 조치해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는 소방관들이 진화에 사용된 무색, 무취의 이산화탄소가 화재 현장조사를 위해 변전소 배전반으로 진입하면서 열어 놓은 공간을 통해 대합실 등 역사 내로 흘러 나와 하차객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민 안전을 위한 적정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전소와 역사의 연결 공간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관이 문을 개방할 때 이산화탄소가 누출된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화재 사고는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이번 화재의 경우에도 발생 즉시 시청역을 통과하는 열차의 승객에 대한 안전 조치가 이뤄 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방된 공간이 아닌 역사와 같이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누출돼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최일국 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가 밀폐된 공간에서 누출되면 공간 내 산소비율이 낮아지고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호흡이 빨라지게 된다"며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체내 이산화탄소를 빨리 배출하기 위함인데 호흡량보다 흡입량이 많아지면 이산화탄소 수면증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특히 화재현장에서는 이산화탄소 수면증으로 쓰러지면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에 더 쉽게 노출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화재 경보로 인해 고객을 놀라게 하고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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