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교 이어 또 발생 재료 공개경쟁입찰 확대후 식자재업체 등록 우후죽순 상당수 법적기준 겨우 충족 식재료 위생·질 저하 우려

지난 달 30일 대전의 한 고교에서 30여 명의 학생들이 급식 후 집단으로 구토, 발열, 두드러기 등의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4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여 학교 급식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공개경쟁입찰방식의 확대로 소규모 납품업체가 난립하며 식자재 위생과 질 저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초등학교는 전 품목에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어 업체 관리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학부모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2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대전 서구 소재 A초등학교 1-3학년 학생 33명이 구토,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상으로 학교를 결석했으며 학교에 등교한 학생 중 10명도 같은 증세를 보였다. 오전 중 결석으로 확인된 학생 33명 중 13명은 병원 치료 후 학교에 등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주로 진료를 받은 B소아과 병원 측은 겨울철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장염 증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B병원 원장은 "복통과 구토를 호소하며 장염 증세를 보인 학생들이 많았다"며 "자세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겨울철 장염의 원인인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전날인 19일 점심으로 먹은 학교급식 중 특정 메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우유급식, 마시는 물 등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9일 점심 식단은 해물김치볶음밥, 단배추된장국, 훈제오리채소샐러드, 고구마맛탕, 나박김치 등이었다.

시교육청과 대전서구보건소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학생들의 가검물과 남은 음식, 조리 도구 등을 수거해 대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 달 30일 대전의 D고에서 급식 관련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한 달이 채 못 돼 A초에서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학교 급식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이 2012년 학교급식 납품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도입한 뒤 D고는 4개 품목, A초는 전 품목에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eaT시스템 등록 업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2년 이전까지 곡류, 육류, 가금류, 냉동수산식품, 김치, 부식 등 6개 품목별로 60-70개 수준이던 납품업체 수가 eaT시스템 적용 이후 160여 개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는데 이 중 상당수는 법적 기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신청 업체가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 충족시키면 eaT시스템 등록을 허가한 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실사조사와 같은 사후 관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A초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 먹거리 문제는 부모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한 학교에서 30-40명의 학생들에게 단체로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 우려스럽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고 급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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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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