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어제 국회개혁 자문기구 도움을 받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엔 체포동의안이 72시간을 경과할 경우 이후 열리는 첫 국회 본회의에 국회의장이 자동상정토록 의무 규정을 뒀다. 법개정이 이뤄지면 체포동의안 처리시한인 72 시간(3일)을 넘겨도 폐기되지 않는다. 이후라도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표결에 부쳐야 한다.

개선안은 국회가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을 임의로 무력화시키지 못하도록 했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현행 국회법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을 경우에 대해선 명시적인 규정이 생략돼 있다. 이 말은 국회 본회의를 의도적으로 열지 않으면 체포동의안이 접수돼도 휴지조각에 불과할 수 있음을 뜻한다. 설령 상정돼도 국회에서 꼼수를 부리기 나름이다. 안건을 상정해도 무기명 투표를 통해 부결시키면 정부를 경유해 체포동의안을 요청한 법원에선 사전구속영장 발부가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론 의원 상대 검찰의 형사범죄 수사가 장벽에 부딪히게 됨은 물론이다.

회기중 의원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현행범이 아닌 한 체포·구금 필요 시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상 관련 규정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24시간 후 72 시간 내' 국회 본회의 처리는 절차규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는 서로 맞물려 있는 관계에 있다. 정 의장이 제시한 개선안은 국회 본회의 처리 시효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며, 이 정도만 해도 진일보한 게 맞다.

그럼에도 국민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자동상정 단계까지 진행하는 것도 유의미하지만 부결되면 결과적으로 동의안이 폐기되는 효과와 맞먹는다. 체포동의안 개선작업의 최종 목적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의원에 대해 인신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데 있다. 현행 법상 체포동의 대상 의원은 제발로 법원에 출두할 수 없다. 국회동의 규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맹점이 아닐 수 없다.

체포동의안 국회처리는 사실 형식논리에 다름아니다. 국회 동의를 얻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고 반드시 구속영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구속의 상당성이 없으면 불구속 수사·기소가 원칙임은 의원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결국 국회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을 보정해 '체포동의' 로 간주해 의원 스스로 법원에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다수의견이다. 이게 어려우면 자동상정을 하되 표결 시 기명투표를 강제하는 수준까지 이르러야 한다. 자동상정은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또 다른 병목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