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만난 사회 김호기 지음·돌베개·316쪽·1만5000원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어떤 예술양식이든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아니면 영화든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공감과 위안을 얻는 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위안과 공감을 통해 타자들과 명시적·묵시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데 예술의 사회학적 의미가 놓여 있다." - 본문 中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가 '시대정신과 지식인' 출간 이후 2년 만에 사회학의 눈으로 본 예술 에세이를 펴냈다. 대학에서 예술사회학을 강의하기도 하는 그는 시·소설·희곡 등 문학에서부터 회화·조각·사진·만화 같은 시각예술과 음악, 건축, 영화에 이르기까지 50편의 에세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논한다.

멀게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가깝게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까지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의 일차적 의미로 무엇보다 '공감'과 '위안'을 꼽는다.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연대감을 공유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예술의 의미이자 사회적 역할이라고 말한다.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라는 시로 말문을 연 저자는 사회학자답게 먼저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에 주목하고자 한다. 현재의 민주화 시대는 국민 다수의 사회적·경제적 삶의 위기라는 낯선 결과에 대면해 있으며,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일각의 주장에 맞서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 '이중의 불안을 덜어주는 민주주의'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또 폴란드의 대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을 통해서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경쟁원리의 폐해인 '이기적 시민사회'를 극복해야 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연대가 공존하고 결합하는 '연대적 개인주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50편의 다양한 예술과 어우러진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술이 결코 우리 삶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엄선한 각 장르의 대표작들은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친숙한 작품들을 다루었으며, 1970년대 말에 대학에 들어간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속에는 당대의 시대상은 물론 오늘날의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예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예술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인가, 오늘날 예술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 함께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사회와 완전히 괴리된 예술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예술은 일정하게 사회상을 반영하기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예술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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