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지 개인전' 26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

 박혜지作 '폐허의 나무'
박혜지作 '폐허의 나무'
대전 이공갤러리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박혜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를 벗어나서 독립적으로 존재 할 수 없는 객체다.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객체로서 존재하지만 집단 속에 놓여 있을 때만 그 존재가치를 입증 할 수 있다. 집단이면서 객체,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 내면화된 모순으로부터 문화는 태어난다. 문화는 그 시대의 집단을 이루는 각 개인들의 지성, 유행, 관심사 등의 총체다. 그렇게 형성된 문화는 그 시대 사회의 특징을 규정하고 거대한 물결이 돼 역설적으로 개인의 생활 방식과 사고체계의 흐름을 지배한다. 그 어떤 개인도 그 시대의 문화가 규정한 범주 너머의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문화의 관점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폐쇄적`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이번 전시는 이런 작가의 집요한 철학적 탐구가 캔버스에 옮겨진 노력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캔버스 안에서 고립된 실루엣은 파사주(passage,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로가 되는 길)의 폐쇄적 공간성을 나타내고 구성주의적 파사주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인 철골 구조의 정렬과 반복, 수직적 요소는 이미지를 가로 지르는 수직선들로 표현되고 있다. 실루엣과 오버랩 돼 드러난 이미지들은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영락해 간 과거의 영광, 즉 노스탤지어(향수)를 의미한다. 작가는 고립된 실루엣과 수직선들을 새장이라는 모티브로 삼아 조형적으로 재해석하고 과거 유물로서의 이미지를 붙잡아 두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또 작가의 작품 속에는 파랑새가 자주 등장한다. 이 캔버스 상의 파랑새는 자칫, 흔적만 남은 영광에 미련을 두고 주변을 맴도는 연약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새장 밖에 놓여있는 존재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인류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명 속에 놓여있는 현대인들, 그렇기에 우리들은 어쩌면 가장 강력한 파사주에 매몰돼 있을지도 모르는 불쌍한 파랑새일지도 모른다"며 "이번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고, 공동체 안에 자신을 바르게 위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희망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지금까지 3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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