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는 대나무 밭이나 삼림에서 휴식하기를 즐겨 하는 붉은박쥐는 찬바람이 부는 11월이 되면 겨울잠에 빠져든다. 습도가 높고 따뜻한 동굴의 안쪽에서 한두 마리씩 겨울잠을 자다가 이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우리가 흔히 '황금박쥐'라 부르는 박쥐가 바로 '붉은박쥐'이다.

박쥐 하면 연상되는 '흡혈박쥐'와 달리 '황금박쥐'라는 애칭을 가지게 된 것은 몸의 털과 귓바퀴·날개의 골격 부분이 오렌지색을 띠기 때문이다. 오렌지색의 특성을 두고 오렌지윗수염박쥐로 불리기도 한다. 붉은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박쥐 중에서 중간 크기에 해당하며, 몸길이는 약 42.75-56.55mm 정도인 데다가 날개는 좁고 귀는 짧고 둥글어서 귀엽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다소 귀여운 편에 속하는 외모와 달리 강하게 빨리 날아다닌다. 5마리 정도가 작은 무리를 이루며 지내는데,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나 동굴 속에서 쉬고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때때로 곤충을 사냥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나선형으로 내려오거나 나뭇잎 사이로 뛰어내리기도 한다. 붉은박쥐는 새끼를 대개 2마리 정도 낳는데, 어미는 한 마리는 떼어놓고 한 마리만 키운다. 자연의 냉엄함은 육식동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붉은박쥐는 동아프카니스탄, 북인도,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 분포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200여 마리 정도밖에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박쥐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유독 붉은박쥐는 암수의 성비가 1:10∼1:40 정도여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서식지에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까닭이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동물 1호로 지정하였으며, 문화재청에서 2005년 붉은박쥐를 천연기념물 45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자연굴에서조차 발견이 되는 경우가 드물고, 폐광에서 종종 발견이 되곤 했는데 안전을 고려하여 폐광의 입구를 막음으로써 붉은박쥐의 서식지가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160여 마리의 붉은박쥐가 확인되고 있는데,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붉은박쥐의 증식과 보존을 위해 생태조사를 수년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붉은박쥐의 생태와 특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활동지역과 겨울잠을 자는 지역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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