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문화에 길이 있다 5. 英 게이츠헤드

 타인브릿지에서 바라본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릿지와 발틱현대미술관, 세이지음악당 야경. 이호진기자
타인브릿지에서 바라본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릿지와 발틱현대미술관, 세이지음악당 야경. 이호진기자
*게이츠헤드(Gateshead)

영국 잉글랜드 북동지역의 중소도시로 타인강을 두고 뉴캐슬과 인접한 곳에 자리해있다. 산업혁명시대 철도와 철강 산업의 본거지였지만 불황으로 위기에 직면했고, 이를 타개하고자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도시재생은 생각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세계 도시들에게 선도 도시의 시민들이 전하는 말이다. 영국 북부 지역 타인 강변에 뉴캐슬과 인접해 있는 게이츠헤드(Gateshead) 시민들도 같은 생각을 전했다. 이는 도시재생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전체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쇠퇴하는 도시를 보고 절망을 느낀 세대와 쇠퇴된 도시에서 태어난 세대, 새로운 변화된 도시에서 태어난 세대까지 게이츠헤드 시민들의 의식은 한결같이 도시에 대한 믿음과 애착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게이츠헤드의 문화 자체를 변화시켰다. 도시재생의 상징인 '북방의 천사상', 밀가루 공장의 외관을 유지한 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발틱현대미술관, 도시가 살아나게 된 계기가 된 세이지 음악당, 2000년대를 새롭게 도약하는 의미의 밀레니엄 브릿지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이뤄낸 게이츠헤드 시민들의 결과물이다. 쇠퇴된 공업 도시를 문화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게이츠헤드의 도시재생 사례를 들여다 본다.

◇게이츠헤드의 상징 '북방의 천사상(Angel of North)'=전형적인 공업도시이자 탄광이었던 게이츠헤드는 1차공업의 쇠퇴로 인해 탈 주민현상을 겪게 된다. 탄광과 조선소가 문을 닫고 시민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게이츠헤드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도시 자체의 존립의 위기에서 깨어있던 선구자들은 도시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철광산업을 대표했던 게이츠헤드에서 생산된 철로 만들어진 '북방의 천사상'이 게이츠헤드의 상징물이 된 것은 이때문이다. 게이츠헤드 지자체는 지난 1998년 영국의 유명한 조각가 앤서리 곰리에게 북방의 천사상 제작을 의뢰해 20m높이와 54m 넓이의 철제 구조물을 완성시켰다.

북방의 천사상 제작과정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당시 쇠퇴했던 도시의 넉넉지 못한 자금으로 한화로 14억원 상당의 돈을 투자해 그저 상징물을 만든다는 것을 두고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게이츠헤드시는 시민들의 반발을 정면으로 타개하고 시민들의 참여로 분쟁을 해결했다. 북방의 천사상을 만드는 과정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북방의 천사상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의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뉴캐슬-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Gateshead Initiative·NGI)의 캐트 힌들(Cath Hindle) 도시개발팀장은 "시민들의 반발을 억제하고 타당성을 알리기 위해 게이츠헤드시는 시민참여를 대책으로 내세웠다"며 "북방의 천사상 뿐만 아니라 모든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건설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어진 북방의 천사상은 게이츠헤드 북쪽 언덕에서 게이츠헤드를 내려다보며 게이츠헤드의 발전을 돕고 있다. 천사상 제작에 들어간 돈이 14억 원이었던 반면 북방의 천사상으로 인해 얻은 부가가치는 1조 원을 넘어섰다.

◇공업의 랜드마크가 문화의 상징이 된 '발틱현대미술관(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발틱현대미술관은 1950년대부터 밀가루 공장이었다. 미국의 한 밀가루 회사에서 투자를 해 지어진 밀가루공장은 30여 년간 끊임없이 기계가 돌고 밀가루 제분을 해 냈다. 하지만 공업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장이 망하게 되고 각진 건물만 덩그러니 타인강변을 차지하고 있게 된다.

하지만 게이츠헤드 시민들은 공업도시의 상징이기도 했던 이 공장건물을 부수는 것을 원치않았다. 현대화의 상징으로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한 것도 이런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밀가루공장에 불과했던 건물은 영국에서 2번째로 큰 현대미술관으로 바뀌게 된다. 각이 져 보였던 외관마저 전시품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발틱현대미술관은 밀가루공장의 외관은 전혀 바꾸지 않은 채 내부 개조만을 통해 미술관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로써 연간 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게이츠헤드를 찾고 발틱현대미술관으로부터 게이츠헤드가 얻는 경제적 이익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시민들의 놀이터 '세이지 음악당과 밀레니엄 브릿지'=타인강변을 따라 위치한 세이지음악당과 밀레니엄 브릿지는 게이츠헤드시 시민들의 놀이터다. 소라껍데기 모양으로 직선 없이 모두 곡선으로만 이뤄진 미래지향적 건물인 세이지음악당은 발전하고 있는 게이츠헤드의 문화산업의 산실이다.

영국의 유명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가장 고심하며 지었다는 세이지음악당은 2004년 개관이래 한 번도 시민들을 외면한 적이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음악교실과 악기연주실은 물론 객석수 별로 나눠놓은 음악회장은 음악을 사랑하는 게이츠헤드 시민 누구라도 무대에 설 수 있게 설계됐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서 음향과 각종 설비가 미흡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이지 음악당에서 음악하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이 넘쳐 흐른다는 후문. 실제 세계 3대 테너로 알려진 호세 카레라스가 직접 세이지음악당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게이츠헤드시는 세이지음악당 자체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이라는 것에 중점을 뒀다. 시민들이 고급음악에서 생활음악까지 모든 음악을 즐기고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게이츠헤드시의 생각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최고의 음악을 선물한다는 의미에서 음악을 저해하는 요소는 모두 배제한 채 건설됐다. 그래서 세이지음악당에는 직선과 각이 없이 모두 곡면과 곡선으로만 이뤄져 있는 것.

밀레니엄 브릿지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만들어 낸 게이츠헤드의 상징물이다. 게이츠헤드와 뉴캐슬을 잇는 밀레니엄 브릿지는 2000년대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게이츠헤드시가 공모를 통해 제작한 다리로 뉴캐슬·게이츠헤드에 위치한 많은 다리 중 유일하게 인도교로 건축됐다. 밀레니엄 브릿지 역시 게이츠헤드의 도시재생의 상징물이자 게이츠헤드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알리는 기념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제작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지켜봤으며 게이츠헤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영국 게이츠헤드=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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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방의 천사상. 성별을 알 수 없는 듯한 천사상은 뉴캐슬·게이츠헤드의 평안과 안전을 지키는 상징물이다.
북방의 천사상. 성별을 알 수 없는 듯한 천사상은 뉴캐슬·게이츠헤드의 평안과 안전을 지키는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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