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입시 한파 속에서 수능이 치러졌다.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그동안의 심적 육체적으로 지친 몸을 쉬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자기의 점수에 맞춰 대학과 과를 선택하느라 또 한 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중 건축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건축학과는 구체적으로 무얼 배우고 졸업 후의 진로가 어떤지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건축 관련 학과는 필자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건축공학과라는 이름으로 통일돼 있었지만 지금은 건축공학과와 건축학과로 나뉘어 있다. 건축공학과는 4년제이고 건축학과는 5년제로 배우는 연수도 다르다. 필자처럼 건축사가 되려면 앞으로는 건축학과를 반드시 나와야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건축공학과는 시공과 구조 등의 분야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졸업 후 건설회사나 구조설계사무실 등으로 주로 취업한다. 반면 건축학과는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시공에 필요한 설계도면을 그리는 법을 가르치며 졸업 후에는 주로 건축사사무소에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실무 경력을 쌓은 후 건축사 자격시험을 거쳐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할 수 있다.

모든 학과가 비슷하겠지만 건축학과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니기 쉽지 않은 과이다. 조형적인 감각은 물론 공간 지각력, 스케치 능력,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이 풍부한 학생에게 적합한 과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대학 다닐 때 지도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다만 그 결과물은 예술일 수 있다."

참 아리송한 말씀이다. 그만큼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려면 그 과정 자체가 녹록하지는 않다는 뜻일 것이다.

졸업 후의 건축설계 시장은 예전처럼 좋지는 못하다. 건설경기가 나라 전체의 경기를 주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도시가 하나씩 생겨나고 있지만 건설 물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량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건축사가 본인의 적성에 맞고 좋은 건축물을 설계할 자질을 갖추었다면 일감의 적고 많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축사를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단순한 직업으로만 접근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건축물을 설계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수험생이라면 건축학과에 지원해도 좋다. 대학의 등급을 떠나서 훗날 훌륭한 건축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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