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일상에서 실천하기 어려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든 일 긍정적 해결책 나와 "

지혜와 자비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가르침에 해당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불교 보살도의 실천 덕목은 "안으로 지혜를 닦아 깨달음을 성취하고 밖으로 자비심으로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불교를 접하고 배우는 사람들은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내면의 지혜를 갈구하고 외적으로는 자비를 베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혜와 자비라는 말은 무척 일상적이고 쉬운 말 같지만 막상 삶에서 직접 적용하려고 하면 또한 막막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불교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쉬운 접근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지혜는 나에게 생기거나 닥친 일을 타인의 일처럼 보고 생각하자'이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생기는 일에 대해서 무척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이해한다. 누구나 병이 들 수 있고, 다칠 수도 있으며 젊으나 늙으나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안다.

또 사업이 망할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하거나 도둑, 강도를 만나 재산을 뺏기고 손해를 입기도 하는 것을 알고 받아들인다. 시험에 연거푸 떨어질 수도 있고, 불행이 겹쳐서 다가올 수도 있다. 어떤 나쁘고 불행한 일도 이 세상에는 생겨날 수 있으며 사람들은 그러한 일들을 아픔과 슬픔을 통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도 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일들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발생했을 때 그러할 뿐, 나에게 닥쳐온 불운과 불행은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여기서 생각과 마음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닥쳐온 불행과 아픔 그리고 슬픔들도 모두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수행과 기도가 깊어지면 이렇게 나에게 생긴 불행과 나쁜 일을 받아들이는 시간과 속도가 빠를 것이다. 몸이 아픈 사람이 빨리 치료를 해서 병을 고치고 물에 빠진 사람이 빨리 헤엄쳐 나와서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나의 불행과 고통을 빨리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 비로소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점점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여서 지혜로워지는 사람들이 있고, 더 자신에게 집착하고 고집이 세어져서 더욱 어리석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저 타인에게 향하는 시각을 자신에게 돌리기만 하면 될 뿐인데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노력하면 점점 좋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자비심이다. 이 자비심도 무척 간단하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타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 시내를 다니며 지하철을 이용하곤 했다. 특히 서울역 주변을 지나다 보면 자주 노숙자들을 스쳐 지나곤 했다. 그들의 지저분한 행색과 때로 술에 취한 모습을 보며 멀찍이 떨어져서 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저들도 누군가의 자녀이며 형제이고 가족일 텐데…. 만약 저들 중에 내 형제나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때도 이렇게 피해서 다닐 것인가? 그 이후로 마음을 바꿨다. 세상의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내 형제와 친구일 수도 있다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고 구걸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적선을 베푸는 것을 흔쾌히 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는 지구 반대편의 어떤 인연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땅에 함께 사는 같은 국민이 되어서 일말의 자비심과 연민의 마음도 없다면 얼마나 냉정하고 이기적인가.

세상을 살아가며 너나없이 행복하려면 많이 배우고, 많이 벌고, 경쟁에서 이웃과 친구를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지혜를 닦고 밖으로 자비를 베푸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생각 한 번 돌리면 이렇게 쉬운데 그리고 몸과 마음이 훨씬 가볍고 행복해지는데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한 번 지혜의 불을 밝히면 어둠 속에서 불을 켠 것처럼 다시 어둠에 머물 수 없고, 자비의 따뜻함을 나누어 본 사람은 다시 차가워질 수 없다. 누구나 다 아는 지혜와 자비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왜들 어렵게 생각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주경 서산 부석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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