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 부여 27년된 헌법체제 개선 여지 글로벌시대 분권 통치 고려 여론수렴 생산적 논의 필요 "

개헌 논의로 정치권이 시끌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 발 개헌론이 촉발된 이후 청와대의 정면 반박과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불씨가 지펴지는 모양새다. 경제여건도 어려운 마당에 뜬금 없는 개헌론으로 논란을 일으키느냐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27년 전의 헌법체제를 손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직선 대통령 5년 단임 개헌 이후 정치권은 주기적으로 개헌론에 군불을 지펴왔다. 소위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 연결고리는 내각제 개헌이었으며,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도 내각제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을 창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 포인트 개헌론이 등장했고, 이명박 정부 땐 이재오 의원이 개헌 전도사를 자처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개헌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그로 인해 빚어지는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권 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무한한 권력을 부여했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 즉 안보 지상주의는 더욱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은 권위적인 군사정권이 퇴장한 뒤에도 이어졌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분권형 개헌에 대한 주장이 거세졌지만 국가경영의 효율성이란 명목 아래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볼륨은 너무나 커져 버렸다. 우리의 외교 안보 국방의 틀도 변했고 무엇보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우리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한반도는 단순히 북한과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 일본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 간 각축장으로 변했다. 경제대국으로 우뚝 성장한 중국의 기세도 무섭다. 때문에 대통령 한 사람에게 외교 안보 국방과 더불어 경제, 복지, 민생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세계경제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경제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외교 안보 국방과 경제 민생 등을 분담하는 분권형 통치체제에 대한 개헌을 고려해 봄직하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헌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는 영호남의 패권주의와 그에 따른 당리당략 차원의 획정으로 인해 괴물 같은 모습이 됐다. 특히 충청권은 그동안 정치세력의 약세 등으로 인해 표의 등가성이 철저하게 훼손당했다. 대전광역시 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광역시가 국회의원 8명을 뽑는데 반해 대전은 6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표적으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개헌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다. 대체적으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이번 기회에 통치제제 개편 등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치권은 국민들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하나 개헌 논의가 자칫 특정 정치인들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내각제 등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특정 정파나 지역의 이익부터 따지면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아질 수 있다.

이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정국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숨 가쁘게 변하는 국내외 외교, 경제환경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부여된 무한한 권력과 책임이 나라를 망치고 국민들을 나락으로 빠지게 한 사례는 이전의 정권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도 조기 레임덕 우려를 빌미로 무조건 반대하지만 말고 생산적인 개헌논의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된 듯하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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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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