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現 선거구 획정 헌법 불합치… 인구편차 2대1 이하로 바꿔야"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용되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 비율은 2 대 1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영·호남지역의 선거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19대 총선까지 선거구당 평균 인구에서 과소대표가 돼온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평균 인구 대비 국회의원 의석 수가 턱없이 부족한 대전은 선거구 증설의 파란불이 켜졌지만 충남·북 지역의 의석수 변화도 불가피해 선거구 획정 결과가 주목된다.

헌재는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최소 선거구의 인구가 10만 명이라면 최대 선거구의 인구는 20만 명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날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 대 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 등 6명이 선거법 25조 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제기한 헌소 심판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다른 이들이 제기한 사건 6건을 정 의원 등 사건과 병합 처리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개정 때까지 그 효력을 인정하는 변형 결정이다. 헌재는 선거구 구역표 개정 시한을 내년 12월 31일로 정했다.

헌재는 "현행 기준은 1인의 투표 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 가치에 비해 최대 3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라며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 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법 조항대로 하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 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 수가 많을 수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구 편차의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청구한 선거구 중 3 대 1의 기준을 넘어서는 △충남 천안시 갑·을 △경기도 용인시 갑·을 △서울 강남구 갑 △인천 남동구 갑 선거구가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천안 을 선거구의 증설(분구)을 요구했으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천안 을 선거구의 쌍용 2동을 천안 갑 선거구로 옮겨 증설이 무산된 바 있다.

헌재는 다만 선거구 획정 시 자치구를 분할하지 못하도록 한 선거법 25조 1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각하했다.

충청 정치권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충청권 선거구 증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면서 선거구 획정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의석 수가 6개인 대전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선거구당 평균 인구가 25만 3412명으로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이는 8석인 광주(선거구당 평균 인구 18만 3431명), 6석인 울산(〃 18만 9668명)을 크게 웃도는 숫자다.

또 올해 6월 기준 충청권의 인구는 529만 9803명으로 호남(525만 5770명)보다 많은데도 국회의원 수는 25석 대 30석인 상황이 변화되면서 충청의 정치적 위상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당리당략이나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면 공정한 결과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회는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상 선거구 구역표를 개정해야 한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헌재는 1995년 선거구별 인구 편차 기준을 4 대 1로 정했다가 2001년 이를 3 대 1로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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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왼쪽부터 서기석, 안창호, 이진성, 이정미, 박한철 헌재소장, 김이수, 김창종,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 [연합뉴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왼쪽부터 서기석, 안창호, 이진성, 이정미, 박한철 헌재소장, 김이수, 김창종,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 [연합뉴스]

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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