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감나무골 영감은 늑대들이 가끔 마을 어귀에까지 내려가 마을 개들과 어울린다고 말했다. 암내가 나는 암컷 늑대들이 끼어 있는 늑대들과 개들은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어울리는데 멀리서 보면 그들을 구분할 수 없다. 다만 개의 눈빛은 부드러운 푸른색인데 늑대의 그것은 요사스러운 누른빛이었다.

영감은 개와 늑대는 그 옛날에는 동족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그렇게 어울리다가 교미도 했고 교미를 하면 새끼를 낳는다.

시골 장날에는 그런 늑대 새끼들이 강아지와 함께 팔리기도 했다. 감나무골 영감은 자기도 그런 늑대 새끼를 사육한 일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그 늑대 새끼는 개들과 함께 살다가 발정기가 되자 늑대들 안에 끼어 있는 암컷을 따라가 버렸다는 말이었다.

영감은 경북과 경남의 야산에 살고 있는 늑대들은 엄마 품에서 잠자고 있는 아기를 엄마 모르게 물고 간다고 말했다. 농가의 엄마는 고단한 하루 일을 했기 때문에 반쯤 졸면서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늑대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닫아 놓고 아기를 잇몸으로 살포시 물어 엄마 품에서 떼낸 다음 다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는 말이었다.

늑대는 잇몸으로 살그머니 아기를 물고 있기 때문에 아기는 마을 밖으로 나갈 때까지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영감은 말했다.

"늑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살육자야. 그런 늑대를 어떻게 잡느냐고? 늑대에게 속지 말고 반대로 그들을 속여서 잡아야 해."

늑대 사냥은 속고 속이는 사냥이었으며 어느 쪽이 상대를 어떻게 속이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그건 목숨이 걸려 있는 숨바꼭질이었다.

늑대 사냥꾼은 늑대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속임수를 썼는데 감나무골 영감은 나무꾼으로 변장했다. 늑대는 화약 냄새에 민감했으며 10리 밖에서도 총을 갖고 다니는 포수를 식별하여 멀리 피해버린다. 그래서 총을 갖고 있는 포수가 아무리 야산을 돌아다녀도 늑대를 발견하지 못했다.

감나무골 영감은 그걸 알고 하얀 옷을 입고 지게에 땔감을 한 짐 지고 야산을 돌아다녔다. 땔감 나무 안에는 총을 감추어 두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흙탕물과 풀즙 등을 뿌려 놓았다. 늑대는 거기에 속았다.

영감은 그렇게 늑대를 안심시켜 놓고 미행을 하다가 기회를 보아 풀밭에 지게를 내려놓고 숨어버린다. 영감은 그리고 몰래 총을 끄집어내 발사했다.

그러나 늑대에게 치명상을 입혀 죽이면 안 된다. 치명상을 줄 급소를 피해 엉덩이나 뒷다리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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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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