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예상했던 바다.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는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매우 심한 것으로 특히 충청권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해왔다. 국회와 정치권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여 일그러진 선거구를 객관적 합리적으로 다시 획정해야 할 것이다.

헌재는 선거 인구 편차를 3대 1까지 인정하는 현재의 제도가 불평등하다고 밝혔다. 특정 선거구의 1표가 다른 선거구의 3표의 가치를 갖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하로 바꾸라는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을 적용하면 선거구를 나눠야 할 곳이 35곳, 통합해야 할 곳이 25곳에 이른다. 정치 지형의 대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실 현행 선거구는 불합리하기 그지없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변동이 심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대전이나 천안 등 인구가 늘어난 지역의 의원 수를 늘려야 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안 되고 지역이기주의가 득세해 선거구를 조정하지 못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대전은 인구 153만 5815명에 국회의원 6명이지만 인구 147만7517명의 광주는 8명이나 된다. 116만 3048명의 울산이 대전과 똑같은 6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다. 천안의 경우 지난 총선 당시 선거구를 늘려야 했지만 특정 동(洞)을 인접선거구에 떼어다 붙여 증설을 막았다. 국회가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 선거구를 통폐합하고 천안의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 데도 게리맨더링을 만드는 꼼수를 둔 것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내년 말까지 대대적으로 선거구를 개편하게 된다. 충청권은 이번 기회에 기필코 인구에 상응하는 의석 수를 확보해야 한다. 당파적 지엽적 사욕(私慾)에 눈이 멀면 죽도 밥도 안 되고 자중지란에 처할 우려도 없지 않다. 21세기 충청 시대를 열고 정치적 힘을 기르려면 의석수 확보가 가장 핵심이다. 당연히 찾아야 할 충청의 몫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은 물론 충청권의 모든 역량을 모아 함께 대처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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