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내려짐에 따라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해졌다. 시한은 내년 말까지다. 2016년 4월 20대 총선 전에 선거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구획정위의 지위다. 공직선거법엔 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해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각계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일을 그 룰의 적용을 받는 여야 정치권에 일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과거방식을 답습했다간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 당장 현재 결정으로 통폐합 선거구로 분류되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들과 지역 주민들간에 엄청난 갈등을 낳을 게 명약관화하다.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분리·독립시키는 게 급선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 위원회 자체를 제3의 독립기구화할 수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질적인 건 국회에 그대로 놔두면 여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굉장히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안을 도출해도 선거법 개정 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가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뒤 통과시켜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여야 정치권이 할일은 국회정개특위 가동이 아니다. 이는 정개특위 주도로 선거구획정위를 꾸리겠다는 것이며 결국 기득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헌재에서 이 부분까지 개입하진 않았지만 헌재 결정의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선거구획정위 독립 방안부터 결론내는 게 우선이다. 동시에 획정위 최종안에 대해 법률적 구속력을 갖도록 입법 차원에서 보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선거구획정 작업은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가 없다. 현행 인구편차 상·하한을 2대1로 좁혀 표의 등가성과 형평성을 담보하라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이므로 여야는 이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옳다. 선거구획정위가 독립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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