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선거구획정위의 지위다. 공직선거법엔 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해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각계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일을 그 룰의 적용을 받는 여야 정치권에 일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과거방식을 답습했다간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 당장 현재 결정으로 통폐합 선거구로 분류되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들과 지역 주민들간에 엄청난 갈등을 낳을 게 명약관화하다.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분리·독립시키는 게 급선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 위원회 자체를 제3의 독립기구화할 수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질적인 건 국회에 그대로 놔두면 여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굉장히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안을 도출해도 선거법 개정 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가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뒤 통과시켜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여야 정치권이 할일은 국회정개특위 가동이 아니다. 이는 정개특위 주도로 선거구획정위를 꾸리겠다는 것이며 결국 기득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헌재에서 이 부분까지 개입하진 않았지만 헌재 결정의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선거구획정위 독립 방안부터 결론내는 게 우선이다. 동시에 획정위 최종안에 대해 법률적 구속력을 갖도록 입법 차원에서 보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선거구획정 작업은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가 없다. 현행 인구편차 상·하한을 2대1로 좁혀 표의 등가성과 형평성을 담보하라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이므로 여야는 이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옳다. 선거구획정위가 독립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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