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은행나무·340쪽·1만3000원

"자살을 꿈꿔본 적이 없냐고? 왜 없겠어. 그런 건 누구나 밤마다 생각하는 것 아닌가?" ('표백' 中)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표백'은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다루며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도발적이고 고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1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단련된 간결한 문체, 본질을 꿰뚫는 문제의식, 그리고 현실을 뒤집는 기발한 상상력까지 겸비한 작가가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으로 돌아왔다.

신작소설은 한 마디로 강해지기 위해, 이기기 위해 유전자 스스로가 거듭 진화해 남을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신인류 '호모도미난스'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의 다음 단계라 지칭할 수 있는 '지배하는 자' 호모도미난스. 이 소설은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며 모든 인류의 삶을 마음대로 조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자들과 그 '힘'을 막고자 조직된 또 다른 호모도미난스들의 대결을 그린다. 소설은 장르적 기법을 차용해 우연처럼 찾아온 거대한 '힘'과 그 '힘'의 쓰임 또는 그 '힘'에 반동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힘의 항상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호모도미난스들은 그 힘을 '정신조종능력'이라 부른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한다. 근거리 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생각을 조종하고 행동을 명령한다. 그 능력을 얻게 된 이들은 결코 평범한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자본과 권력보다 더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 '힘'은 자본을 무력화하고 권력을 내려앉힌다.

소설은 총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백원단'과 '방바재단', 그 두 집단의 입장차이와 기원, 각 조직의 리더인 류잉춘과 저우환위의 현재를 통해 호모도미난스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그 두 리더는 모두 자살을 욕망하고 있다. 호모도미난스들은 그 '힘'을 남용할 때 스스로 자살하게끔 만드는 '충동사'를 경험하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힘'은 그렇게 소멸되고 또 '금강승'이라는 것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승되기도 한다.

2부는 백원단의 리더인 류잉춘 박사가 자살충동으로 사망하게 되고 금강승으로 인해 안시현은 그 '힘'을 받게 된다. 그는 백원단의 리더가 되어 류잉춘 박사가 해놓지 못한 그 '힘'의 광기를 제거하려는 데에 온 힘을 쏟는다. 그 반대편 방바재단의 저우환위도 금강승을 통해 자신의 후계자인 캄팻에게 전수하게 되고 방바재단의 모든 일들을 맡게 된다. 그 사이에 천슈란은 자신의 능력을 제거하려는 백원단의 지도부를 존폐하고자 일생일대의 테러를 계획한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작가 장강명이 선보이는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은 판타지적인 재미와 묵시록적인 서사의 흐름, 영화적 편집기법 등을 무기로 한국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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