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원·명 곤경에 빠진 제국티모시 브룩 지음·조영헌 옮김·너머북스·568쪽·3만원

인류의 역사를 보면 흥망과 쇠락은 결코 거대한 사건이 발단이 되지 않는다. 환경이다. 더 들어가면 `기후 변화`다. 날씨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움켜쥔 열쇠였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로마와 아랍전쟁이 일어난 717년에는 겨울에 유례없이 혹독한 추위가 찾아와 동로마가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더운 아라비아와 따뜻한 이집트 출신의 아랍병사들에게 추운 날씨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침공에 나섰지만 러시아군보다 동장군과의 싸움에서 져 결국 패하게 된다. 러시아의 겨울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나폴레옹의 전략 실패였다.

중국은 방대한 땅 넓이만큼 세계 역사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 중에서도 원(元)과 명(明) 왕조는 부흥을 일으켰던 때였다. 그러나 이 시기는 외세의 침략으로 한순간 중국 역사의 경로를 바꾼 때이기도 했다.

저자는 `날씨`를 두 왕조의 흥망성쇠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규정하는 열쇠로 제시한다. 13세기부터 17세기 중엽 사이에 중국에는 두 왕조가 군림했다. 첫 번째 왕조는 중국인이 아닌 몽골인 쿠빌라이 칸이 1271년 건립한 원(元)이다. 쿠빌라이 칸은 칭기즈 칸의 손자다.

다음 왕조는 명(明)으로 총명하면서도 무자비한 주원장이 1368년 나라를 세웠으나 1644년 북방 초원에서 내려온 만주족에 의해 전복됐다.

저자는 두 시대를 파악하기 위해 사료를 읽어가면서 기근, 홍수, 가뭄, 태풍, 메뚜기 떼, 전염병 같은 각종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용`의 공격 같은 특이사항도 주목했다. 사료에는 원-명 시대에 무수한 용이 출현한다. 용이 나타날 때마다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을 몰고 왔다. 이는 역사 속에서 천재지변 등의 날씨가 왕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테다. 용이 출현할 때마다 보인 기후변화는 곧 사회변화를 의미한다.

저자는 용의 출현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해석하면서 역사적 시공간으로 끌어온다. 원의 심각한 자연재해가 정력적인 쿠빌라이의 치세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 그의 사후, 즉 원 중기 혼란한 정치적 변동기에 시작된다는 점, 원 말까지 심각했던 자연재해가 명이 건국된 이후 백년 가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사회변화와 기후변화의 동시성을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기 어렵게 한다.

원 제국에 용이 처음 출현한 때는 1283년 8월 25일 정오였다. 두 번째 용은 10년이 지난 1292년에 나타났다. 용이 하늘에 날아오르자 홍수가 발생했고 전토가 물에 잠기고 농경지는 황폐해졌다. 2년 후 원의 태조 쿠빌라이 칸이 사망했다.

이 책은 전체 6권으로 구성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제5권에 해당하는 원과 명 역사의 개론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대를 보편적으로 `왕`과 `시대 생활상`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지 않는다. 이것이 다른 역사서와의 차별점이다. 저자는 `날씨`에서 원-명을 단일한 시기로 보고 있다. 바로 `소빙하기(Little Ice Age)`다. 원-명 시대는 역사학자들이 소빙하기라고 부르는 이상 기후 시기에 있었던 왕조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자 날씨와 함께 많은 것이 변화했다.

저자는 명의 몰락 과정에서 정치적 변동이나 농민 반란이 이상기후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원-명 시대의 드라마틱한 외세 침략 사이에 존재했던 중국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있어 `기후변화`가 복잡한 역학 관계를 규정하게 된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설명해 주는 요소가 오직 날씨만은 아니지만 날씨가 이러한 설명의 일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라고. 원-명 왕조의 삶의 에너지와 변화상을 특이한 관점에서 서술하고 이야기를 덧입힌 이 책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역사 연구가를 만족시킬 만한 보기드문 작품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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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3세기부터 17세기 중국 대륙에 존재했던 원과 명 왕조의 흥망성쇠를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사진은 명나라 제3대 황제가 창건한 자금성.
책은 13세기부터 17세기 중국 대륙에 존재했던 원과 명 왕조의 흥망성쇠를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사진은 명나라 제3대 황제가 창건한 자금성.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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