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데이빗 핀처 감독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창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가 지금까지 연출한 '세븐',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소셜네트워크' 등은 그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영상과 편집,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구축했다. 특히 감독 특유의 뮤직비디오적인 영상과 묵시록적인 메시지의 조화는 한 번 영화를 보고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또 다른 특징은 한 인물에 대한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븐의 '밀스' 형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의 '벤자민', 소셜네트워크의 '마크 주커버그' 등 한 인물에 대한 완벽한 설정과 묘사는 영화사에 남을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현재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에이미'라는 또 하나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탄생했음을 알리고 있다.

한마디로 영화는 에이미가 어떻게 세상을 속이는 지를 확인하는 '리얼리티 쇼'라고 할 수 있다. 그 쇼를 중계하기에 바쁜 언론은 또 얼마나 맹목적이고 무도덕적인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닉과 에이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완벽한 커플이다. 하지만 둘의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실종된다. 유년시절 어린이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이었던 유명인사 아내가 사라지자, 세상은 그녀의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해진다. 한편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숨겨뒀던 편지와 함께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들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미디어들이 살인 용의자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관심이 그에게 더욱 집중되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초반 관객에게 '과연 닉은 아내를 죽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진실을 파헤쳐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닉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전반부는 아내와의 첫 만남과 결혼 그리고 행복한 모습, 거기에 점점 아내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는 닉을 보여주면서 닉이 에이미를 죽였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뜨린다. 이렇게 진행되는 전반부는 솔직히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시점이 에이미로 바뀌는 중반부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언론으로 우리는 언론을 통해 형성되는 여론이 얼마나 조작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영화로 지켜보면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하나의 광기어린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사회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에이미가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을 상대로 치밀하게 사기를 벌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결코 선하지 않은 인물이 어떻게 사회의 우상이 될 수 있는지 데이빗 핀처 감독은 에이미란 인물을 통해 신선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사실을 오직 홀로 알고 있는 남편 닉이 살인자란 억울한 누명에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 하는 자상한 남편으로 변하게 되는 모습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단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주인공은 에이미 역을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다. 영화는 말 그대로 그녀로 시작해 그녀로 끝난다. 수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 화면구성도 그렇다. 그녀는 이 영화의 끝이자 시작이고 모든 것이며 신비로운 빛으로 사람을 빨아들이지만 동시에 접근하고 싶지 않은 심연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녀의 매혹적인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데이빗 핀처 감독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어쩌면 영화 '나를 찾아줘'는 로자먼드 파이크란 여배우가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나는 첫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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