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규作 '무제'
박명규作 '무제'
△한인규展=30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

작가는 책을 그린다. 어떻게 보면 책이 아니라 책이 꽂힌 서가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13년 개인전 도록에 실린 작가노트에서 "누군가의 서가 앞에서 이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겠구나 하는 낯설음을 느꼈던 기억"을 이야기 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에 대해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며 아울러 책과 더불어 뒤섞여 있는 온갖 사물들은 그 사람의 관심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는 경험을 말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나타나는 서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읽힐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는 서가가 없어졌다. 책이 일상의 공간에 부정형으로 놓이고 까마귀나 강아지 같은 동물이 함께 그려진다. 이전 작품에서 책의 배열과 중첩을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발언하려 했다면 이 작품에서 책은 그냥 책으로 존재한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책은 아무 것도 발언하고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책은 책으로서 본질에 가까워지면서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그림은 매우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많은 장치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충돌과 화합이 이루어지고 새로움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박명규展=11월 5일부터 11월 13일까지 LH아트갤러리

작가는 여백의 멋을 살리면서 현대적 비구상을 완성시킨다. 한국인의 내면에 흐르는 전통적 가락을 그려내 근원적 감동을 생성하기도 한다. 또 작가의 작품에는 전통적 정서를 환기시키는 옛 사물들의 이미지가 살아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을 통해 바라보이는 산천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고, 동심을 되살리는 색동 문양이 작품 속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채움과 비움의 조화를 통해 고유의 정서를 작품에 담아오고 있다. 이번 전시도 작가가 추구하는 이 조화의 노력과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일곱 번의 개인전과 여섯 번의 부부전을 개최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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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규作 'Marble and Books'
한인규作 'Marble and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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