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 대전 살리기, 과학관에 미래 있다 3. 문화와 과학기술의 강력한 결합

뉴욕과학관 입구 전경. 곽상훈 기자
뉴욕과학관 입구 전경. 곽상훈 기자
뉴욕과학관(New York Hall of Science·이하 과학관)은 1964년 월드페어 박람회 때 지어졌다. 현재는 당시 규모보다 3배 크기로 성장했다. 과학관은 세계적인 도시에서 어린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당시 건물을 증축해 사용하고 있다.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찾은 이 과학관은 체험과 전시, 교육이 균형 있게 결합돼 신설 전시관 및 과학관 설립을 추진하는 기관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 과학관을 찾았을 땐 유치원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과학 관련 기구 앞에서 지도교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는 모습과 일부 기계를 직접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뉴욕과학관이 다른 과학관과 달리 미국 내 최고를 자랑하는 명소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뉴욕과학관 설립 및 성장배경=뉴욕과학관(New York Hall of Science)은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의 퀸즈시에 있다. 이곳에 과학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일부의 반대가 심했다. 뉴욕 중심의 맨해튼에 세우지 왜 외곽지역인 퀸즈에 건립하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처럼 과학관을 퀸즈에 세우고 식물원과 동물원은 다른 지역에 건립했다.

당시에는 미국에 몇 안되는 과학박물관 중 하나였다. 월드 페어 박람회 때 설립된 대부분의 시설들은 행사가 끝나자 문을 닫았지만 뉴욕과학관은 그대로 둬 학생들 교육장소로 활용됐다. 박물관은 이후 15년간 운영되다가 1979년에 개조를 위해 폐관했다.

1983년 박물관이 폐관된 것과 관련해 당시 뉴욕일간지는 "박물관 상태가 너무 낙후돼 새턴V(Saturn V)와 아폴로(Apollo) 선체의 페인트가 벗겨져나가고 우주 공원 곳곳의 벽은 그래피티 투성이였다"고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후 박물관 개조는 완료됐지만 운영자금을 목표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모금한데다 시의 보조금마저 끊겨 박물관 운영이 위기에 놓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듬해 뉴욕시는 공상과학 분야에 초첨이 맞춰진 박물관을 일상생활과 관련된 박물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물리학자 앨런 프리드먼을 감독으로 위촉, 박물관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케 했다.

이때만 해도 박물관은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박물관 바닥에 물이 차는가 하면 전시물은 모두 기부된 상태였다. 조명기구조차 벽에서 뜯겨 있었다. 이런 가운데 4만 달러를 투입해 당초 계획했던 원자로 전시관을 성공적으로 마련,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뉴욕시에서는 더 많은 예산지원과 확장을 이어 나갔다.

과학박물관 현대화에 따라 1996년 새로운 진입로, 출입홀, 기념품점, 카페, 식당, 극장과 3만 제곱 피트 규모의 과학 놀이터를 추가로 확장했다. 뉴욕과학관은 꾸준한 갱신의 노력을 인정받아 뉴욕시문화시설이라는 한정된 등급을 부여받기도 했다. 박물관은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2003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위치할 문화기관들 중 하나로 3억 달러 규모의 `기술 도시 (Tech City)`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시관과 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대부분의 공간이 일대일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 전시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전시물을 통한 배움과 놀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시물은 인간의 청각과 후각까지 자극하는 완벽한 오감을 활용한 측면도 있다. 과학관은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센추럴 패밀리 디자인 랩은 청소년, 어린이들이 기계를 직접 만지거나 조작할 수 있고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2층 전시실은 물리와 수학, 생물 등 기본적인 과학에 대한 전시공간이다. 이밖에 생명체를 찾는 과학전시물과 네트워크 전시물이 있다. 특히 과학놀이터와 야외 미니골프장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뉴욕과학관은 뉴욕시의 유일한 체험형 과학기술 시설이다. 450개가 넘는 전시는 생물학, 화학과 물리를 탐구할 수 있게 꾸몄다. 이 과학관은 매년 5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밖에도 외부 프로그램과 학교중심 프로그램,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만도 5만여 명에 달한다.

1986년 재개관한 뉴욕과학관은 당시에 유일하게 과학전공자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연수를 마친 이들은 과학 교육자를 필요로 하는 뉴욕의 학교에서 최소 2년을 근무할 수 있게 한 후 근처 퀸스대학에서 수업료 면제를 받으며 공부 할 기회를 준 것이다.

과학관은 뉴욕시 학생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덕분에 8억 달러 규모와 10년에 걸친 과학관 개조확장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1999년 박물관은 전시공간을 두 배로 늘리고 옛날 월드 페어를 위해 우주프로그램에서 기부 받았던 로켓들을 복구해 키울 계획을 진행했다. 이 확장 계획에는 IMAX도 포함하려 했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포기하고 자금을 로켓복구에 썼다.

뉴욕과학관은 1-17세 아이들의 교육에 주력하고 있으며 과학에 노출된 적이 별로 없는 도시 아이들이 관람객들의 주를 이룬다. 당시엔 드물게 어린 방문객들의 전시물에 대한 평가(피드백)가 이뤄져 과학관이 이를 수용, 전시 프로그램에 반영하기도 했다. 지금도 어린 방문객들의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곽상훈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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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학관을 찾은 고등학생들이 기구를 이용해 동위원소 이동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곽상훈 기자
뉴욕과학관을 찾은 고등학생들이 기구를 이용해 동위원소 이동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곽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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