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문화에 길이 있다 2. 경남 창원·부산 감천마을

 ③부산 감천문화마을 내 조성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작품. 김정원 기자
③부산 감천문화마을 내 조성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작품. 김정원 기자
신도시 중심의 개발로 도시가 발전하면서 원도심의 미래는 위태롭다. 인구감소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거주민들을 몰아내고 전면적으로 재개발하는 `뉴타운 방식`에서 기존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의 패러다임도 진화하고 있다. 대전시도 동구와 중구, 대덕구 등 원도심 재생을 위한 각종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전만의 색깔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찾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 경남 창원과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문화·예술을 도시재생 정책에 접목하는 데 성공한 국내 도시공간 재창조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에 국내 도시재생 선진도시인 경남 창원과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각각 둘러보고 `대전형 도시재생 모델`정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탐색해본다.

◇옛 명성 되찾는 발걸음, 경남 창원=경남 창원시는 정부의 `도시재생 R&D 테스트베드`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재창조됐다. 1980년대 경남지역 상권중심도시였던 옛 마산지역 원도심인 창동·오동동 일원은 주요 기업들이 이전하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쇠퇴일로에 놓였다. 이에 창원시는 각종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2008년 도시재생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역량강화 및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추진했다. 현재 `창동예술촌`과 `오동동 소리길·문화광장`, `부림시장 창작공예촌` 등이 조성돼 지역민을 비롯 관광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골목길로 이어져 있어 도심밀착형 예술촌 탐방코스다.

창동·오동동 골목길은 미로처럼 얽혀 이어져 있는 데다 범위가 넓어 골목해설사를 찾으면 좋다. "오락실이 예술전시공간으로, 오랫동안 비어있던 술집은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고 다도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창동·오동동의 역사와 현재 현황을 재미있는 입담으로 풀어내 쉽게 설명해 준다. 김경년 창원시 골목해설사는 "빈 점포를 그림, 도자기, 서예 , 사진, 탱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공방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골목길을 지키면서 문화콘텐츠로 골목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기존 골목길 70개 빈 점포를 활용해 `창동예술촌`을 조성했다. 특히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전시장, 스토리텔링 골목, 방문객 체험 등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창동예술촌은 지역자산을 활용하면서 문화재생까지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창동예술촌은 창동입구에서 창동네거리까지 골목길 좌우로 3개의 테마가 담겨 있다. 예술인과 예술 상인들이 융화하는 테마예술상업 골목인 `에꼴드 창동 골목`, 마산르네상스 시절의 예술사적 재조명과 시대적 배경의 추억거리를 재현한 `마산예술흔적골목`, 문신예술활동과 관련된 공간으로 이뤄진 `문신테마거리` 등이다. 이곳에는 70여 명의 개별 예술인들이 회화, 조각, 도자기, 공예, 탱고, 초코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활동을 펼치며 체험 위주의 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부림시장 창작공예촌은 쇠퇴해가는 부림시장의 빈 점포에 문화예술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다. 부림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입주 공예작가 창작공간 33개소로 리모델링했다. 현재 섬유, 한지, 수제인형, 비즈, 네일아트 등 각양각색 분야 공예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과거 고급 통술골목으로 유명했던 오동동 골목길을 테마거리로 조성한 `오동동 소리길·문화광장`도 원도심활성화의 기폭제 로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경남 창원의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까지 `주민`이 있었다. 김남룡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원주민의 문화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 정체성이 파괴된다. 보존과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키 포인트`"라면서 "도시재생사업은 관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부산 감천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대표 관광명소로 성장했다. 부산시 사하구 감천 2동(감천마을)은 1950년대 신흥종교단체인 태극도 신도와 6·25 전쟁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마을로 당시 힘겨운 삶의 흔적들이 골목 곳곳에 묻어 있는 곳이다. 산비탈에 위치한 감천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 집이 늘어서 있는 이른바 달동네다. 이 일대는 노후된 소형 주택이 밀집돼 낙후된 마을로 부산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현재 감천문화마을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은 파스텔 톤 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린다.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 달라졌다. 미로미로골목길프로젝트 등 공동체 예술사업과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등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병행하면서 달동네가 문화마을로 탈바꿈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위치한 마을안내소를 지나 걷다 보면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사람 그리고 새` 등 작품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마을의 전망대 기능을 하는 `하늘마루`와 `빛의 집-집에서`,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등 작품들이 가지처럼 뻗어 있는 골목길마다 조성돼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경남 창원과 마찬가지로 계획단계부터 주민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 진행하다 보니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의 손길이 묻어있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공동체인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와 전문가(마을계획·활동가,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지역 예술가, 행정기관의 협업이 잘 이뤄졌다는 게 특징이다.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 열쇠다.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은 마을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마을기업 운영을 통해 일자리 창출도 이뤄지고 있다. 마을기업 1호인 `감내카페`는 빈 집을 활용해 조성한 카페로 주민 사랑방은 물론 방문객의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외 마을기업에는 직접 만든 문화상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아트숍과 감내맛집 등이 있으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방치된 대중목욕탕을 휴식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마을 커뮤니티센터 `감내 어울터` 등이 있다.

전순선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부회장은 "마을 골목길은 근대사 역사가 담겨 있는 곳으로 옛 세대에게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곳이자 젊은 세대에게는 산 교육장"이라면서 "주민협의체의 소통과 행정 지원 병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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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창동예술촌 골목길 벽면
②창동예술촌 골목길 벽면
 '한국의 산토리니'로 거듭난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경.
'한국의 산토리니'로 거듭난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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