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배우, 친근한 노래, 명확한 메시지. 손가락으로는 세지도 못할 만큼 대부업체들이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대부업 업체들의 주요 타깃은 케이블 TV방송국의 광고다. 대부업체들이 케이블TV방송에 내보내는 하루 평균 광고 건수는 1500여 건에 달하며, 그 금액을 단순 추산해도 1년에 300억 원에 이른다. 대부업 광고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 경제 형태는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자녀들은 홀로 있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TV채널에는 동일한 내용의 대부업체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업체의 광고 편성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 9월까지 추세는 작년보다 늘어 10%의 비중에 달하고 있다. 아이들이 케이블 TV를 보고 있으면 10개의 광고 중 1개는 대부업 광고를 본다는 이야기이다.

매일 방송에서 '돈 빌려줄게요'라는 다양한 메시지를 송출하면서 아이들은 이러한 자극이 계속돼 지속적인 세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업의 이용에 대해 장단점을 판단하기보다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것을 우선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예인이나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쉽고 간단하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아이들이 배우는 교가보다 뇌에 쉽게 각인돼 아이들도 모르는 사이 대부업 CM송을 흥얼거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체의 역할과 사회적인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업 이용을 통한 국민들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보호원을 통해 접수된 대부업 소비자 상담, 피해 구제 건수는 해마다 10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접수된 내용은 대출금 상환 거부, 부당한 대출 수수료 요구, 계약과 다른 고이자, 연체료 요구, 개인정보 유출 등의 순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빌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반 계약과 달리 꼼꼼하게 살펴볼 겨를이 없다. 일부 대부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모든 피해자를 구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매년 반복적인 피해가 다른 소비자들에게 발생한다면 법·제도적인 측면을 재정비해야만 할 것이다. 전홍수 대전YMCA 시민권익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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