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러나 후구라 사장은 대구 분지 주변에서 잡히는 멧돼지들을 철도편으로 경성(京城)으로 갖고 가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사흘 후에 칠곡역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어느 야산 주막에 도착했다. 주막에는 많은 몰이꾼이 모여 있었다. 전번에 경험이 없는 몰이꾼들이 멧돼지 사냥에 실패한 것을 본 후구라 사장이 경험이 많은 몰이꾼들을 모집한 것이었다. 몰이꾼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공짜 밥과 술을 마시면서 넓은 객실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벗은 옷을 화롯불 위에 펼쳐 이 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롯불에 뜨거워진 이들이 기어나와 화로에 떨어져 톡톡 튕기고 있었다. 후구라 사장은 그들 몰이꾼과 교섭을 해봤으나 잘 되지 않았다. 모두가 멧돼지 몰이의 명수라면서 터무니없는 보수를 요구했다. 성과급으로 잡은 멧돼지 값의 3분의 1을 달라는 친구도 있었고 아예 일당으로 하루 10원을 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날 초저녁에 약속대로 키다리 포수가 주막에 도착했다. 오다가 잡았다는 노루 새끼 한 마리를 문밖에 덜썩 던져 놓고 대포 같은 총을 멘 키다리 포수가 방으로 들어오자 진을 치고 있던 자칭 몰이꾼들이 모두 일어서거나 일어서는 시늉을 했고 주막의 아줌마와 아가씨가 달려와 반색을 했다. 키다리 포수는 그들의 엉덩이를 두들겨주면서 답례를 했다. 키다리 포수가 도착했다는 말에 주모도 객실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또 어느 년을 울리려고 그래?"

주모의 심기가 좋지 않았다. 온다는 소리를 듣고 별실 두 개의 도배를 새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들어오자마자 그따위 수작을 하고 있으니….

"멧돼지 사냥은 하지 않고 달설 주막에서 과부 사냥만 했다는 소문인데 사실이야?"

키다리가 웃었고 몰이꾼들도 웃고 있으니 과부 주모도 마냥 화만 내고 있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후구라 사장과 키다리 포수는 몰이꾼들과 흥정을 했다. 이번에는 몰이꾼들의 요구액이 달라졌다. 몰이꾼의 보수는 포수에 따라 달라진다. 몰이를 해주어도 멧돼지를 잡을 확률이 낮은 포수에게는 잡은 멧돼지 값의 반까지 요구하지만 잡을 확률이 높은 키다리 같은 포수에게는 5분의 1이면 만족한다. 키다리 포수는 그들 중에서 애꾸눈 일가를 선택했다. 애꾸눈 일가 몰이꾼들은 애꾸눈을 맏형으로 하는 일가 4명으로 구성됐는데 키다리 포수는 그들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키다리 형제는 그들에게 성과급으로 3분의 1을 주기로 했다. 파격적인 보수였다. 키다리 포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거리를 주었다. 잡은 멧돼지를 장터나 역까지 운반하는 일들이 주어져 일거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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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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