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2년 납품받은 다기능 방탄복 2062벌이 무용지물인 것이 확인됐는데도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장병들에게 지급됐다고 한다. 이 방탄복에 북한군의 개인화기인 AK-74 소총으로 사격해본 결과 완전히 뚫리는 것을 확인하고도 반품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방탄복은 총탄을 막아내야 방탄복이지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뚫려 장병이 살상당한다면 방탄복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 방탄복 무게만 해도 20㎏이나 된다는데, 제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짐만 짊어지고 다닌 꼴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방탄복을 납품받고 성능시험을 한 결과 특전사 예하부대에서 적합, 부적합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적합 의견을 낸 일부가 제정신이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일부의 이런 적합 의견만을 자의적으로 골라 시험평가서를 작성하고는 2062벌 전량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쓰인 세금은 13억1000만 원에 달한다. 특전사는 이런 잘못된 채택에 대해 감사원 지적을 받고도 아무런 개선을 하지 않아, 적탄에 뚫리는 방탄복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석연치 않은 방탄복 구매 경위는 자세한 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결국 이른바 '군(軍)피아'로 불리는 비리 커넥션 의혹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듯하다. 40년 전 개발된 2억 원짜리 구닥다리 수중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사 해군 통영함에 달아준 것처럼, 방산업체에 취업한 선배 예비역이 현역 군인의 퇴직 후 일자리를 봐주는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이런 식의 납품과 구매가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수백명이 얽힌 이런 비리 커넥션 의혹이 온존하는 한 불량 무기로 인해 육해공 전선에 선 장병들이 극단적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물론이고 국가안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퇴역·현역 군인 간 비리 커넥션이 작동하는 방위산업체계를 일거에 혁신하는 문민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튼튼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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