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단풍

두 장 남은 달력을 아쉬워하듯 전국의 산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가고 있다. 오색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의 산들은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풍은 가을의 대명사이다. 기상청은 매년 단풍시기에 맞춰 설악산 등 주요 산들의 단풍 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제공한다. 유명산들의 단풍객들 풍광은 주말과 휴일 TV뉴스의 단골 소재이다.

단풍은 기후 변화에 따라 나뭇잎의 색깔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나뭇잎에 들어 있던 엽록소가 햇빛에 파괴되면서 양이 줄고 결국 나뭇잎의 녹색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녹색이 사라진 뒤 물드는 단풍 색이 서로 다른 이유는 색소의 차이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이 많은 단풍나무는 붉은빛으로 물드는 반면 크산토필이라는 색소가 많은 나무는 노란 빛을 띠게 된다. 단풍이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이색 연구 결과도 있다. 가을에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 성분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막는 다는 것이다.

봄의 전령사 벚꽃은 남쪽 시골 마을에서부터 북상해 오지만 단풍은 북쪽에서, 고도가 높은 산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단풍 전선은 10월 상순 경이면 강원도 산간 지방을 곱게 물들이며 점차 남하해 10월 하순에는 남해안에 이른다. 단풍시기는 해발 고도 100m 마다 2일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단풍은 수종과 수령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하루 평균 기온으로 보면 중부지방(서울)에서는 13도 남부지방(부산)에서는 14도가 될 때부터 시작된다.

단풍은 빨강, 거무스레한 빨간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로 갑자기 추워지는 해에는 빛깔이 아름답다. 낮 동안 기온이 높고 야간이 냉해질 때는 산뜻한 단풍색이 돌지만 햇빛이 부족하면 빛깔이 곱지 못하다. 단풍시기는 산 전체로 볼 때 2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 8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본다. 단풍은 평지보다는 산, 강수량이 적은 곳, 양지 바른 곳, 일사가 강한 곳 등에서 아름답다. 나무의 종류와 수령, 토질, 환경에 따라서도 색이 다르다.

단풍은 지구촌에서는 남아메리카 남부의 일부지역, 북반구의 동아시아, 유럽 남서부 및 북아메리카 동북부지방에서 관측된다. 우리나라 단풍은 아름답기로 전세계적으로 손 꼽힌다. 충남·북과 대전, 전국의 단풍 명소들을 소개한다.

△천안 독립기념관, 아산 은행나무길=천안 독립기념관에는 명품 단풍나무길이 있다. 독립기념관의 단풍나무 둘레길은 조선총독부부재전시공원에서 시작해 통일염원의 동산 입구까지 약 4km에 걸쳐 반원형으로 조성됐다. 폭 4m의 포장길 좌우에 2000주의 단풍나무가 도열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흑성산(519m)과 단풍나무 둘레길이 맞닿아 있으며 정상까지 등산로도 조성돼 역사와 자연을 체험하고 즐기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붉게 물든 단풍이 곳곳에 터널을 이뤄 황홀함을 연출하는 독립기념관의 단풍나무 둘레길은 걷는데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단풍나무 둘레길을 비롯해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촬영한 다양한 가을사진을 독립기념관에 제출하면 문화상품권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독립기념관 단풍사진 공모전'은 다음달 12일까지 진행된다.

아산에는 단풍 속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현충사 은행나무길이 유명하다. 현충사 은행나무길은 1973년도 현충사 성역화 공사 당시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백암리간 3㎞ 진입로변에 은행나무가 식재되며 조성됐다. 40여 년이 흘러 아름드리 나무가 돼 계절마다 운치를 뽐내고 있다. 특히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면 곡교천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현충사 은행나무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도 선정됐다. 은행나무길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곡교천변 구간은 지난해부터 차 없는 거리로 조성돼 한적함과 여유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특히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은행나무길에서는 25일과 26일 양일간 '제1회 대한민국 코미디 핫 페스티벌'이 열린다. '배꼽 빠지는 은행나무 길'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KBS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 '닭치고', '렛잇비', '뮤지컬', '유체이탈', '길거리 캐스팅' 등 국내 최정상 코미디언들의 화려한 공연은 물론 다수의 신인 코미디언들이 참여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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