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철학이 담긴 황홀한 음식

언제부터인가 신문, 잡지, 방송 등 각종 미디어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음식' 이 되었다. 맛집소개 정도는 소박하다. 음식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욕망이 날로 커지고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각 매체가 음식을 재료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도 나날이 발전해간다. 생존을 위한 영양 공급원으로서의 먹거리, '음식'과 그것을 만드는 행위인 '요리'는 진화를 거듭해 문화나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발간된 음식 관련 두 권의 책 '엘불리의 철학자'와 '나의 밥 이야기'는 이렇듯 문화,예술로 진화한 요리 혹은 음식에 미학적,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거나(엘불리의 철학자들), 이제는 치열한 생존의 차원에서 벗어나 풍요가 일상이 된 먹거리에 대한 무감함을 깨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나의 밥 이야기). 그 관점이나 스타일이 상이하지만 '음식'에 관한 대중의 고정된 관념을 흔들고 음식을 향한 각각의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닐 것 같아 한 데 묶어 소개한다.

'엘불리의 철학자' (장 폴 주아리 지음·정기현 옮김 함께읽는책·240쪽·2만1000원)

◇엘불리의 철학자=세계 최정상의 위치에서 소위 미학적인 차원 혹은 창조적 재충전을 위해 2년간 문을 닫은 레스토랑 엘불리와 그곳의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 그리고 그가 펼쳐내는 요리 아니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주아리는 15년간 매년 레스토랑 엘불리의 새로운 요리를 맛보며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와 우정을 쌓았고 요리가 더 이상 음식이 아닌 예술이 되는 순간, 요리사를 철학자로 느끼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예술 창조의 공간이었던 레스토랑 엘불리가 문을 닫는 시점에 그간의 기록을 모아 책을 펴내기로 한다.

'물론 얼핏 봐도 인류의 생존에 직결된 철학적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다.…그러나 문화의 다양한 측면, 즐거움을 공유하는 다양한 가능성들이 빠진 인간해방은 무력할뿐더러 무의미하다. 넓은 시각으로 깊이 들여다보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창조하는 것보다 더 혁명적인 것은 없다.…생존과 직결되는 이 영양 섭취의 영역에 예술적 행위가 개입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사건이다. 철학이 이것을 지나칠 수는 없다.'

장 폴 주아리는 아드리아의 요리를 통해 '요리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혹은 유럽 요리의 역사, 예술론, 미학론, 프랑스 현대철학까지 종횡무진 펼쳐낸다.

저자는 페란 아드리아의 요리를 예술이라 말하며 그 근거로 칸트의 이론을 든다. 한 창조물이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칸트적인 의미에서 독창성, 보편성, 재현, 오성의 확장, 엘리아스와 베커의 미학적 요구를 중족시켜야 한다며 아드리아의 요리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그의 요리가 이 요건들을 충족하는 예술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장 폴 주아리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니체, 칸트, 사르트르, 데리다까지 두루 인용하며 철학적이고 유려한 언어로써 독자의 머릿속에 섬세하게 재현해주는 아드리아노의 요리, 미술작품 같은 아드리아노의 작품(요리)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먹는다'는 행위로써 혀끝으로 느끼는 '맛있다' 라는 감각과 포만감 이상의 정신적 황홀감과 고양감을 느끼게 된다.

나의 밥 이야기 (김석신 지음·궁리·270쪽·1만5000원 풍요로운 현대사회 먹거리 반추)

◇나의 밥 이야기=자칭 도시농업인이자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저자는 음식, 먹을거리에 대해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먹는가, 음식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사람의 생로병사와 음식은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떤 의미가 있나, 음식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나, 공동체와 음식은 무슨 관계인가, 음식은 신분과 관계가 있는가, 금기 음식과 음식문화의 상대성은 어떠한가, 음식윤리란 무엇인가 등. 그리고 음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어떻게 변해왔으며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문화,사회학적으로 고찰하는 가운데 삶 속의 경험과 느낌들을 덧붙여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본연의 참된 음식(맛있고 영양 있고 안전한 음식)을 찾고 다같이 함께 잘 먹고 잘 살아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음식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 핵심은 나눎이다. 공동체를 위하여 음식을 함께 나누라는 것이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는 한 허기를 채우는 본능적 행위를 넘는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음식, 식행위는 저자에게 바람직하지 않게 느껴진다.

저자에게 '음식=밥'이다. 밥이란 (또 하나의)생명이며 우리에게 사랑, 행복 ,생명을 주는, 존재를 지켜주는 고마운 (또 하나의)존재다. 노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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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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