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만나는 법 (신병주 지음·현암사·320쪽·1만5000원)

`역사`란 퍼내고 퍼내도 결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장독과도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쌓여 만든 역사 속에서 우리들은 많은 사건과 인물을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교훈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 교육은 한 나라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역사 교육이 외면 받는 웃지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영화 `명량`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TV 드라마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새롭게 재창조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중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 한 권 나왔다. 바로 TV를 통해 우리들에게 익숙한 신병주 교수가 쓴 `조선과 만나는 법`이다.

이 책은 조선사 500년을 넘나들며 조선의 크고 작은 45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임진왜란, 명량대첩과 같은 굵직한 사건부터 세종, 영조, 정약용, 조광조, 조식 등과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일상 문화들까지 조선사를 장식한 여러 기록들을 넘나들며 해설과 함께 소개하는 `조선사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저자인 신병주 교수는 현재 `역사저널 그날`,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을 진행하며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특히 조선사에 관심이 많아 조선의 문화, 인물, 왕실 등을 주로 연구하고 가르쳤다.

`조선과 만나는 법`은 조선의 사람, 사건, 글, 기록, 문화, 공간, 왕, 왕실, 정책, 정치 등 조선사 전반을 훑는다. 그리고 이것들을 다섯 가지 방식으로 조리 있게 정리했다.

1부 `사람 사는 곳에서는 늘 사건이 끊이질 않으니`에서는 이순신, 최부, 홍순원, 조식 등 조선의 사람들과 그들 주변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다룬다. 2부 `기록한 것과 기록된 것`에서는 `택리지`, `양아록` 등 조선이 남긴 긴 글과 책, 그리고 집필 배경 및 내용을 담았다. 3부 `담배를 피며 한양을 거니는 하루하루`에서는 개고기 먹기, 담배 피기 등과 같은 조선의 문화와 `백사실`, `성균관` 등 지금도 남아 있는 조선만의 공간들을 한 곳씩 살펴본다. 그리고 4부 `조선의 왕으로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왕과 왕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매일 일기를 썼던 정조의 모습이나 5개월이나 걸려 국민 투표를 실시했던 세종의 치밀함 등을 만나며 조선 왕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5부 `백성들의 괴로움이 내 아픔이고`에서는 조선에서 실시했던 정책들을 살펴본다.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조광조의 답안지, 소금을 굽자고 거듭 제안했던 이산해의 정책, 이지함이 백성들의 곁에 머물렀던 이유 등을 함께 보면서 각종 민본 정책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 잡아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과 만나는 법`은 조선 시대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독자들에게 유용한 틀을 제공해줄 것이며 특히 조선사에 입문해보고 싶은 독자, 조선의 재미있는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재미있는 친구가 돼 줄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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