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잡았다. 내가 멧돼지를 잡았다."

그 신출내기 포수는 만세를 부르면서 목에서 뛰어나왔다. 신출내기가 어쩌다가 잡기는 잡은 것 같았다. 대여섯 발을 쏜 총탄 중에서 멧돼지에 맞은 것이 있었다. 멧돼지는 뒹굴어 옆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신출내기가 그쪽으로 달려가자 저쪽 바위 위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멈춰. 가까이 가면 안 돼."

키다리 포수가 바위에 우뚝 서서 고함을 질렀다. 그때 쓰러져 있던 멧돼지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신출내기에게 돌진했다. 위기일발이었다.

키다리 포수의 대포 같은 단발총이 벼락같은 소리를 내면서 검은 연기를 뽑아냈다. 60m나 되는 거리였으나 멧돼지가 고꾸라졌다. 급소인 가슴팍에 총탄을 맞았다.

"이 친구야. 부상한 멧돼지에게 달려가다니…. 죽고 싶어."

키다리 포수가 신출내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멧돼지는 본디가 상처에 강했다. 웬만한 상처에는 끄덕도 않고 반격을 했다. 멧돼지는 두 다리가 부러져도 덤벼들었고 내장이 쏟아져 나와도 그걸 끌고 10리를 도망간다. 멧돼지는 상처를 치료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소나무의 송진을 상처에 두껍게 발라두면 출혈도 막고 살균도 된다.

서른 명이나 되는 몰이꾼과 네 명의 포수가 참가한 그날의 사냥은 태산명동서일필이었다. 그때 키다리 포수가 잡은 유일한 수확이었다. 그 멧돼지 한 마리가 겨우 잡혔을 뿐이었다. 그 사냥터뿐만 아니라 그날 인근 산에서 벌어진 멧돼지 사냥은 모두 허탕이었다.

적어도 멧돼지 세 마리는 구할 수 있다는 말에 달려온 일본 요리정 후구라 사장은 또 실망했다. 그래도 그는 대구에서 얼음까지 싣고 온 트럭에 멧돼지 한 마리를 싣고 대구에 있는 일본 요리점에 넘겨주었다. 그래도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았다.

자기 개를 죽인 거물 멧돼지를 잡겠다고 추격한 아오키 포수도 실패했다. 서른 마리나 되는 시골 사냥개와 세 사람의 지방 포수를 데리고 추격을 했지만 멧돼지를 놓쳤다.

멧돼지는 본디 일정한 소굴이 없이 돌아다니는 짐승이었으나 늘 돌아다니는 텃밭에서는 떠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멀리 도망가지 않는 짐승이었으므로 쉽게 추적사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게가 300kg이나 되고 등이 허옇게 센 그 늙은 괴물 돼지는 예외였다. 사냥꾼들은 경상남도의 접경을 넘어 멀리 지리산이 보이는 곳까지 추격했으나 계속 도망가고 있었다. 광막한 지리산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오키 포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그 멧돼지에 100엔이라는 현상금을 걸어놓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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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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