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기·전구 등 골동품 5000점 보유

음향기기 수집광 안명진씨가 1920년대 초기  제작된 라디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대욱 기자
음향기기 수집광 안명진씨가 1920년대 초기 제작된 라디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대욱 기자
"고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 유물로 만드는 것이 수집의 재미입니다."

안명진(56)씨는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100년 전의 전구를 가리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910년에 제작된 전구는 아직도 불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안 씨가 소유하고 있는 골동품은 주로 라디오, 영사기, 전구 등이다. 그가 30년 가까이 국내외를 누비며 찾아낸 보물들이다. 총 5000여 점에 달하는 이 골동품들은 안씨의 인생이자 삶 그 자체다. 안 씨는 현재 한국전력공사 연구원에 몸을 담고 있다.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7년도 한국전력공사에서 한국 전기 100년사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887년 처음 전기가 들어와 100년사를 돌아보며 라디오, 영사기, 전구, 필름 등을 전시하는 기획전에서 수집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집에 대한 열정을 반영하듯 일터인 한국전력공사 연구원 내에도 그의 진열장이 갖춰져 있다. 1900년대 초기에서부터 현재까지 200여 점의 음향기기, 영사기 등 골동품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인지 착각할 정도로 물건마다 제작년도, 상세 설명까지 게재돼 있어 방문객이라면 한번씩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심지어 1890년대 제작된 전구도 전시 돼 전시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 하다.

"라디오를 중심으로 수집하면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에디슨이 발명한 물건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럽게 당시 발명된 영사기, 녹음기, 축음기 등도 수집하게 됐죠. 물론 그 동안 수집한 물건을 중심으로 에디슨 기획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안 씨의 수집 방법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을 통해 수집을 하고 있지만 이 전에는 직접 서울 황학동, 인사동 등을 돌며 수집했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 등 국외 골동품 시장까지 섭렵하는 중이다. 특히 1933년도 최초 조선어방송 개시기념으로 만든 유병(油甁)형태의 조형물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물품이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물건이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이 조형물을 갖고 계신 분들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어로 방송이 됐는데 한국어로 방송을 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이지만 일본에 존재했다는 것이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안 씨는 단순한 수집광이 아니다. 수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부품교체 등 직접 수리를 통해 수집한 기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다. 그가 강조했듯이 `고물`을 `유물`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에 진학하기 전 라디오, TV 수리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기술을 배웠다. 당시 배운 기술이 골동품을 수리할 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부품들은 이미 단종됐지만 안씨와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 아직까지 부품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 씨는 은퇴 후 라디오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

안씨는 "문화는 계승해야 가치가 있듯이 오래된 물품도 기록이라는 가치가 있다. 수집은 이미 병처럼 도져서 앞으로 중단할 생각은 없고 지금까지 수집한 물건들과 앞으로의 수집을 통해 라디오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며 "우리나라도 방송 100년사를 넘어섰기 때문에 앞으로 후세에도 전자기기에 대한 보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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