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는 지금 시의원 정원 21명 중 15명이 해외연수를 떠나버려 의회동 건물은 비어있다시피 하다. 이들은 떼지어 해외에 나가는 게 신경 쓰였는지 5명씩 조를 짜 시차들 두고 지난 19일, 20일, 21일 출발하는 방식을 취했다. 6명 단위로 움직일 경우 공무국외출장규칙상 사전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5명씩 끊으면 그런 번거로움이 생략된다.'규정'을 역이용한 나쁜 순발력이다.

천안시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증후군은 어느새 시 공무원들에게 전염된 상태다. 시의원들 1조가 떠난 지난 19일 천안시 공무원 35명도 3박 5일 일정으로 산업시찰을 떠났다. 명목은 그렇게 내세웠지만 각종 포상자들 중에서 선발됐기 때문에 천안시장이 인심 한번 후하게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 공무원 1 진의 귀국이 임박한 가운데 다음달 6일엔 공무원 2진 출발이 예정돼 있다. 16명씩 두 팀으로 쪼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를 둘러보는 7박 9일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소용 경비는 1인당 350만 원씩 도합 1억 1200만 원이 집행된다고 한다.

천안시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의 해외 나들이에 들어가는 예산은 주민세금을 떼어 내 조성한 혈세다. 외유성 해외연수는 사실상 외국에 바람 쐬러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소모적인 행차에 천안시의원들과 시 공무원들은 경쟁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천안시 재정이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모르나 지역시민사회와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용인하지 못하는 시혜성 외유는 몰염치의 단면이다.

시의원들은 시민들 대신해 시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책무가 주워져 있다. 셀프 예산 편성으로 만추의 계절에 해외연수나 궁리하는 행태는 직무 방기나 진배 없다. 시 공무원들도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꺼번에 공무원들이 부재중이면 행정 공백, 민원 처리 지연 등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쳇말로 소는 누가 키우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천안시 및 시의회의 이번 집단 엑소더스 문제를 유야무야 넘겨선 안 된다. 지방자치 적폐를 끊어내려면 독하게 마음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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