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유망한 성장산업 이동·음식·숙소 고민 해결 제주 자연 관광자원 활용 크루즈선 운항 항구 건설을 "

지난봄 세계 일주를 떠난 지 56일째 되는 날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하는 크루즈 여행을 시작했다. 크루즈 여행은 세계 일주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56일 동안의 피곤을 풀기 위한 여행으로 계획을 짰고, 크루즈가 끝나면 이스탄불로 날아가 장거리 버스를 타야 하는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앞으로의 힘든 여행을 앞두고 휴식을 위해서도 크루즈 여행이 좋을 것 같았다.

사실 크루즈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2008년 남미를 크루즈로 한 바퀴 돈 경험이 있다. 칠레의 발파라소(Valparaiso)항을 출항해, 남미의 최남단인 케이프 혼(Cape Horn)을 돌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에 도착한 첫 크루즈 여행은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크루즈는 매우 편안한 여행 수단이다. 캠핑 여행이나 렌터카 여행과는 달리 이동 걱정과 먹을 걱정, 숙소 걱정도 없다. 매일 짐을 싸고 풀고 할 필요도 없는 편안한 여행이다.

크루즈 여행을 하며 이와 같은 크루즈 여행이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크루즈호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2700개의 선실에 승무원과 승객을 합쳐서 총 9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바다를 떠다니는 도시'였다. 놀라운 점은 이 선박을 우리나라 선박회사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을 만들고 있는데도, 막상 우리나라의 크루즈 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국제적인 크루즈 선을 운행하는 선사도 없고, 외국의 유명 크루즈 선의 기항을 유인할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나 항구도 부족하다. 중국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도는 크루즈 선이 제주도를 기항지로 하여 제주도의 여행객이 늘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가까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까지, 멀게는 미국의 마이애미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크루즈 여행을 해야만 한다. 바로 인천이나 부산에서 크루즈 선을 타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크루즈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외국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크루즈 산업은 21세기 가장 유망한 성장산업이기도 하다. 크루즈 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도 육성해야 할 산업임에는 틀림없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 일주 크루즈 여행의 출발점이 한국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몇천 명이 먹고 마실 음식과 음료수를 우리나라 시장에서 구입하게 될 것이고, 승무원을 비롯한 서비스 맨들의 고용효과도 클 것이며, 외국 관광객의 유입효과도 대단할 것이다.

또한 크루즈 산업이 발달했었다면 올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크루즈 산업의 체계적인 선박 안전 시스템이나 승객에 대한 서비스 시스템이 국내에도 정착되면서 다른 교통 산업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책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크루즈 전용부두를 갖추는 것은 물론, 출항지의 관광자원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마이애미나 바르셀로나 등이 크루즈 출항지와 기항지로 유명한 것은 이곳 자체가 유명한 관광휴양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크루즈 기항지를 만든다면서 중요한 관광자원인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례로 제주도의 강정마을과 같이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하나의 당근으로 크루즈 선 입항을 위한 항구를 만든다면서 그 주위의 구럼비 바위와 같은 수려한 자연 풍광을 해치기보다는 오히려 제주항을 준설하여 제주를 국제적인 항구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주의 자연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규금 여행작가·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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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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