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우울증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매우 흔한 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6명 중 1명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는 그 중 25%만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전해진다.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많이 걸리며 40-50대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노인층에서도 우울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은 자살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조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적극적인 치료와 개인의지가 필요한 우울증에 대해 이상민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우울증 발생빈도=보건복지부에서 5년마다 시행하는 정신질환 실태조사 2011년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한번은 정신질환을 앓고 7.4명 중 1명은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487만명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 중 단 15.3%만이 치료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며 413만명은 아무런 도움 없이 방치돼 있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정신질환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고 병원에 가도 신체적인 증상이나 불면을 이야기 할 뿐 우울증 증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의 전문적인 평가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다.

◇우울증의 위험성=우울장애는 순간적으로 왔다 사라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재발을 반복하면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고 개인적 고통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학업, 직업, 가정생활에 있어 평생을 통한 주기적인 기능저하를 반복시키며 이런 반복은 학업의 포기, 실직, 이혼 등의 상황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심한 우울장애는 자살을 유발하며 우울증으로부터 스스로 탈출하기 위해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흔히 진행한다. 약물과 알코올 의존은 환자의 사회적응을 더욱 악화시키며 또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WHO자료에 의하면 우울증이 주요 장애 및 사망원인 질환 중 2020년도가 되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울감과 우울증=누구도 항상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다. 하루 혹은 일주일에 몇 번씩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하는 변화는 정상적인 것이나 그 변화의 정도가 크지 않다. 물론 가까운 사람의 사망, 이혼과 같은 상실,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 일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기분이 저하되고 슬픔을 느낀다. 대개 이런 경우 우울한 감정의 정도가 가볍고 지속기간이 짧으며 개인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기분전환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수준으로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우울증은 정상반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으면 몇 달, 몇 년이라도 지속되고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자살에 이르게 될 정도로 심한 우울이 지속된다.

우울증을 자가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스스로 우울한 기분이 느껴지거나 모든 일에 흥미나 즐거움이 감소하는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불면이나 과수면, 식요저하, 정신성 운동지체 또는 심한 불안증세, 피로감, 활력상실, 무가치감, 죄책감 등도 우울증을 진단해 볼 수 있는 척도다. 게다가 주의집중력 장애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은 우울증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의 치료=우울증의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치료, 정신치료, 기본적인 건강 유지법 등이다. 생물학적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항우울제 치료는 4주 이상이 경과해야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체증상이 회복되고 기분 및 생각의 변화가 나중에 회복된다. 우울증을 충분한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빨리 낫지 않으며 재발하는 간격도 짧아진다. 치료는 대부분 3개월 안에 호전되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3개월 안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대부분 재발한다. 유지치료 중에도 치료가 중단되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3회 이상의 재발, 정신병적 증상이 있었거나 재발을 반복하거나 기분부전장애가 동반하는 양상을 보이면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에서 효과가 검증된 생물학적 치료로 경두개 자기자극술(TMS) 치료가 있는데 이는 자기장을 통해서 외부에서 안전하게 전기를 발생시켜 뇌조직에 전기자극을 유발하고 우울증으로 기능이 저하돼 있는 좌측 전두엽 뉴런을 활성화 하는 원리다. 한두 번만으로는 만족할만 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20분 동안 주 5회, 3주에 걸쳐 시행한다.

정신치료에는 인지치료가 많이 이용되며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나, 외부세계, 미래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교정하는 치료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기본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우울증 치료법은 본인의 강한 의지에서부터 비롯된다.

우울증의 치료는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하고 환자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스스로 △자신이 약해서 생긴 병이 아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다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록 한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활동에 참가한다 등 스스로 기준을 정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OCED국가 중 자살률 부동의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또 유일하게 자살률이 점점 증가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지난 2012년 1만 4160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9명이 자살했는데 이는 37분마다 1명씩 자살한 셈이다.

소리 없이 조용히 찾아오고 마음속에서 진행되고 꽁꽁 숨어있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려운 우울증.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이호진 기자 도움말=이상민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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