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을 지어보지 않은 일반 대중이 건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건축사로서 항상 궁금하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물 안에서 보내지만 그것을 특별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필자도 건축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이전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생 시절 대전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됐던 당시 동양백화점이 화제가 됐고 일부러 그것을 타러 간 적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이었던 63빌딩은 전 국민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고 1988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도 그랬다. 이처럼 이슈가 될 만한 건물들이 등장할 때만 건축물은 관심의 대상이 됐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건축은 그 정도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외국여행에서 유명 건축물을 볼 때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수한 가마솥 밥 냄새가 가득했던 부엌과 온 가족이 한 이불 속에서 뒤꼍의 스산한 바람소리와 함께 잠이 들던 따끈한 온돌방,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냄새 나던 마당 옆 화장실 등 우리 옛 기억 속의 대부분은 건축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마련이다. 건축은 늘 우리 삶의 일부였다.

그런 건축을 생각하게 하고 경험케 하는 행사를 건축사와 건축과 교수, 공무원들이 함께 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대전 건축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여러 해째 이어오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옛 충남도청과 우리들 공원(옛 중구청 자리)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돼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프로그램으로는 `건축과 함께하는 원도심 활성화`라는 주제로 학술포럼이 있었고 어린이 건축학교, 건축사, 교수, 학생들의 작품 전시와 공공디자인공모전, 시민사진전, DIY가구 만들기, 아치와 돔 만들기, 종이모형 만들기, 아트프리마켓, 재난용 쉘터 만들기, 건축 진학상담 등이 있었으며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홍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해마다 참가하는 단골이 생길 정도로 많이 알려져 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건축이 조금 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전지역 건축문화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프로그램들을 계속 개발해 더욱 내실 있는 행사로 발전되길 기대해 본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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