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2동 가가네남도낙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날이면 따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요즘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한 수저 들이켜면 몸에 활력을 되찾을 것만 같다. 이럴 때면 지친 소도 벌떡 일으킨다는 낙지와 닭백숙 등 한방음식이 단연 최고. 전국 각지에서 나는 특산물을 사용하면서, 수십년간 전통 한식집을 꾸린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은 딸이 운영하는 낙지전문점이 있다. 바로 대전 서구 둔산동 '가가네남도낙지'다. 토종닭낙지백숙처럼 닭과 낙지가 만난 특별한 보양음식도 선보인다. 식재료로 활용되는 전국 특산물이 한데 모인 '한국 향토음식의 완성판'을 만날 수 있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연포탕, 철판볶음, 갈낙전골. 보양식으로 판매되는 오리문어한방백숙, 토종닭낙지백숙은 3시간 전에 예약 필수. 보통 하루 10건 내외로 예약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낙지는 전남 무안에서 일주일에 1-2번 들여오는 생물 뻘낙지만을 사용한다. 이후 가게 한켠에 설치된 수족관에 보관해 싱싱함을 유지시킨다.

국물있는 음식은 육수가 맛을 좌우하기 마련. 이 집은 황태머리, 북어머리, 멸치, 새우, 다시마, 건고추 등 천연재료만을 넣고 매일 2시간 가량 끓여 육수를 만든다. 갈낙전골용 육수는 한우사골을 5시간 정도 우려내 인삼과 대추, 마늘을 넣고 따로 준비한다. 인삼을 넣어 약재의 향을 더했으며 대추를 넣어 불순물을 제거한다.

연포탕은 호박, 버섯, 대파, 배추, 무, 모기버섯 등 채소를 그릇이 넘칠 정도로 한가득 넣어 육수를 붓고 여기에 큼지막한 생물 낙지를 통째로 넣는다. 전복은 따로 주문해 샤브샤브식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연포탕에 '박속'을 넣어 낙지를 더욱 부드럽게 하는 효과를 낸다. 살짝 데쳐 연분홍빛이 나는 낙지 한점을 채소와 함께 건져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낙지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바다의 맛과 향을 선사한다. 육수는 새우, 다시마 등 해물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맛과 건고추에서 나오는 매콤한 맛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며 연신 숟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전남 여수 돌산도에서 직접 공수한 '돌산갓'으로 가게에서 직접 담근 갓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 음식 재료 중 하나인 마늘은 서산 6쪽마늘을 사용해 향토의 맛과 멋을 더했다.

철판볶음은 특제소스를 두른 '꿈틀꿈틀' 생낙지와 함께 연포탕에 사용하는 육수를 부어 센 불에서 살짝 볶는다. 특제소스는 이 집에 사용하는 모든 음식재료와 마찬가지로 천연재료인 매실, 통후추,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등으로 만들어 믿음이 더 간다. 하루 정도 숙성시켜 감칠맛과 깊은 풍미를 더했다. 특히 고춧가루도 가격이 몇 배는 더 나가는 국내산만 고집해 전통의 맛을 그대로 전파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가윤숙(44) 대표는 "국내산 산낙지, 고춧가루, 마늘, 갓 등 좋은 재료를 가지고 진실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간혹 국내산을 고집하는데도 알아주시지 않는 손님들이 많은데, 이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정성 가득한 음식들로 향토의 맛을 전파하는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가 대표는 대전에 음식점을 차리게 된 사연도 풀어놓는다. 현지에서 40년간 낙지, 장어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던 모친이 기름유출사고의 여파로 손님이 줄어 결국 가게 문을 닫게 된 것. 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며 절로 요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다짐에서도 어머니의 향기가 묻어났다. 가 대표는 "집에서 엄마가 만든 음식처럼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푸근한 미소를 건넸다. 손맛을 알아주던 어머니의 꿈을 대신하고 싶은 바람이 말끝에 그대로 묻어났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서구 둔산2동 1184번지) ☎042(487)4333. △연포탕(이하 2인이상·1인당) 2만원 △산낙지볶음 1만3000원 △산낙지낙갈전골 2만2000원 △오리문어한방백숙(이하 4인) 10만원 △토종닭낙지백숙 8만원 글·사진=이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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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네남도낙지에선 전국의 특산물을 사용한 토속 낙지음식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연포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낙지의 식감이 단연 최고다.
가가네남도낙지에선 전국의 특산물을 사용한 토속 낙지음식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연포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낙지의 식감이 단연 최고다.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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