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기다림 '5일의 마중'

중국 작가 얀거링의 소설 '범죄자 루얀시'를 각색한 장이모 감독의 '5일의 마중'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는 작품이다. 문화혁명 시절, 불온한 사상가로 낙인 찍혀 노동개조 캠프에 끌려갔던 루얀시는 5일에 집에 간다는 편지를 보낸 후 캠프를 도망쳐 집을 찾아온다. 하지만, 아내 펑완유는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어린 딸 단단마저 아버지를 거부한다. 결국, 다시 체포된 루얀시는 3년 뒤 문화혁명이 막을 내리고, 긴 수감생활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펑완유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루얀시는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끝끝내 그녀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루얀시는 이제 아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펑완유는 아마도 남편이 집을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주지 못한 죄의식 때문에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주기적으로 기차역으로 가서 남편을 기다린다.

장이모 감독은 이들 부부의 절절한 사연을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풀어나간다. 공리와 첸다오밍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우리 발밑에 감춰진 세상 '맨홀'

서울의 한 동네, 6개월 간 10여 명의 사람들이 행방불명 되는 연쇄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인적이 드문 골목 맨홀 뚜껑에서 머리카락과 핏자국, 그리고 구두가 발견된다. 길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영화 '맨홀'은 우리가 매일 밟고 지나다니지만 한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곳, 맨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상상력을 담았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맨홀은 우리 상상보다 거대한 미지의 공간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고, 미로처럼 복잡해 한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맨홀 안을 헤매는 사람들이 야간 투시경과 CCTV를 통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극한의 상황은 관객들을 완벽하게 몰입시킨다. 특히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세 배우인 정경호, 정유미, 김새론이 만나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욱 증폭시킨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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