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모든 곳 그림자 있기 마련 우리 모습 일부분으로 인정해야 자본주의 공동체성 회복 위해 협동·호혜의 가치 바로 세워야 "

몇 해 전에 야마기시 공동체라는 곳의 어느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야마기시 공동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던 터라 궁금한 것이 많았었는데 그분과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다만 몇 가지만 묻고 듣고 할 수 있었다.

그분에게 들은 내용으로는 야마기시 공동체란 일본 사람 야마기시라는 사람이 무소유를 주장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 것을 주창하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공동체가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분포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안중 근처에 한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아는 필자로서는 그 공동체의 입회 자격이라든지, 공동체원들에 대한 교육, 무소유로 살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물적 토대는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어떤 곳이든 사람의 성격에 따라 상대적으로 좀 더 부지런하고 게으른 차이, 능력의 있고 없음의 차이 등이 그 사람의 가치를 창조하고 그래서 그것이 권위를 갖게 되는데, 모두가 평등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것이 참으로 많았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필자는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이 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분은 어떠한 폐쇄적인 공동체보다는 일반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당시에 필자가 추진하고 있었던 생산공동체라든지, 노동자생산협동조합들이 더욱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였다.

사회적경제는 어떤 방식으로 경제생활을 할 것인가 이전에 한 사람의 삶의 태도와 관련된 가치와 철학의 문제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기반한 경쟁의 논리를 통해 시장이 인간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호혜와 협동의 가치로 살아가는 것이 보다 사람 냄새 나는 삶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사회적경제라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경제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세상이 가지고 있는 모든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이 여기서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사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다구니 쓰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사회 어디나 그림자가 있듯이 밝은 곳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한 그림자도 우리 모습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협동과 호혜의 가치가 바로 서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좋은 면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잘 살려서 올바른 협동의 동역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할 사명인 것이다. 그래야만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공동체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그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사회적 미션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한 그에 걸맞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미션과 사업 모델 이전에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함께할 때 더욱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건강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이념에 모든 것을 걸고 투신하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모든 것을 걸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확신도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이념은 구체적인 삶으로 체화되어야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갓 이념이라는 것은 그 열정이 식어버리면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이윤기 충남사회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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