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가을 산사

충남 공주시 사곡면의 마곡사는 춘(春)마곡이라 불리며 봄에 절경을 이루지만 가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절경을 뽐내고 있다. 가을철 마곡사 계곡 전경.  사진=마곡사 제공
충남 공주시 사곡면의 마곡사는 춘(春)마곡이라 불리며 봄에 절경을 이루지만 가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절경을 뽐내고 있다. 가을철 마곡사 계곡 전경. 사진=마곡사 제공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수확과 풍요의 계절. 가을이다. 피서를 떠나며 들떠있던 여름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차분해지는 계절이다. 공기도 선선해지고, 영명한 대기가 가슴까지 뻥 뚫어 주는 듯하다. 가을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휴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봄부터 부지런히 일한 농사꾼에게는 수확의 기쁨과 함께 짧은 휴식을 주고, 푸른 빛을 발하던 나무들은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잎을 떨군다. 이처럼 자연에게 많은 것을 받는 가을에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속세와는 떨어져 있는 고즈넉한 산사를 찾아 하루쯤 묵으며 흘러가는 자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는 가을풍경이 아름다운 사찰들이 많다. 불교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파되는 관문이었던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 숨쉬고 있다.

△천년고찰 마곡사=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의 태화산 동쪽에 자리잡은 마곡사는 가을 빛이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마곡사는 640년(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8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은거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춘(春)마곡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곡사지만 봄 못지 않게 가을도 아름답다. 마곡사는 주차장에서 내린 후 약 1㎞ 정도 걸어야 한다. 짧지 않은 거리에 놓인 바위와 나무들의 정취를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경내로 진입한다.

경내에는 대웅보전, 대광보전, 오층석탑 등 건축물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펼치고 있다. 마곡사는 고려때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건물 양식이 인도풍이다. 색다른 사찰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충청도판 올레길인 솔바람길을 걷는 것이 좋다. 마곡사 솔바람 길은 번뇌와 시름을 잊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산책로다. 솔바람길 좌우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으며 산세가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특히 이 길 가운데 있는 백범 명상길은 김구 선생이 은거해 생활하며 거닐던 소나무 숲길로 유명하다.

△가을의 방점을 찍는 갑사=흔히들 `춘(春)마곡 추(秋)갑사`라고 한다. 그만큼 가을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갑사는 계룡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계룡산의 단풍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갑사는 420년(백제 구이신왕 원년)에 창건됐고 556년 혜명대사가 천불전과 보광명전, 대광명전 등을 중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문화재도 산재해 있는데 갑사에는 1점의 국보와 5점의 보물이 있다. 특히 철당간과 지주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다. 네 면에 구름무늬를 새긴 기단(基壇) 위로 철당간을 높게 세우고 양 옆에 당간지주를 세워 지탱했다.

갑사에는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 단풍나무가 자리잡고 있어 가을의 정취를 한 껏 느낄 수 있다. 벌써 산책로 곳곳에는 낙엽이 떨어져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가을에 피는 갖가지 야생화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가을 전망대 부석사=부석사의 뚜렷한 역사적 기록은 많지 않지만 677년 의상스님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서산의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위치한 부석사와 이름이 같지만 그만큼 유명하거나 큰 사찰은 아니다. 하지만 창건설화는 영주 부석사와 똑같이 전해진다.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바다에 떠 있는 부석, 소박한 사찰의 규모, 그리고 중국을 마주보는 절의 위치가 오히려 더욱더 사실감을 높게 한다.

부석사에서 내려다 보는 가을은 아름답기만 하다. 가로림만과 천수만을 끼고 있는 간척지에 가을이 노랗게 내려 앉아 사방을 둘러보아도 가을이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렵다. 드넓은 간척지에는 고개숙인 벼들이 가득하고 철마다 찾아오는 철새들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서산 부석사는 산사 음악회로 유명하다. 오는 4일 오후 6시 제 12회 부석사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산사음악회 사찰음식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듣는 흥겨움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까지 1석 2조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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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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