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덕명동 어가명가

천고마비의 계절, 무언가 특별한 요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입맛을 당기는 시기다. 한편으론 도심 속 지친 생활을 벗어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들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마친 가을산을 벗으로 삼아 특별한 보양식을 즐긴다면 더없는 시간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 여름 내내 펄떡펄떡 기운차게 뛰어 노닐던 민물고기를 한번 맛보는 순간 속깊은 곳까지 불끈불끈 원기가 솟아오르는 기분은, 깊어가는 가을의 시골 옛맛과 함께 '덤'이다. 깊어가는 가을 식객들을 위한 안성맞춤인 명소가 있다. 공주, 금산, 예산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민물고기 어죽, 매운탕을 대전 근교에서도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대전 수통골에 위치한 '어가명가'다. 주인장은 공주에서 20년 전통 민물고기 매운탕, 어죽집을 하다가 대전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로 대전 수통골에 어가명가를 오픈하게 되었다고 귀띔한다.

어죽과 매운탕에 들어가는 육수는 메기, 참붕어, 빠가사리(동자개)를 3시간 정도 푹 고아 사용한다. 메기 등은 공주, 예산 예당저수지 등지서 이틀에 한 번 공급받는다. 이 집만의 노하우는 고기를 다른 집보다 좀 더 많이 넣어 육수를 진하게 하는 것. 무엇보다 냉동된 잡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게 한 켠에 직접 수족관을 설치해 생물 상태 그대로의 것을 사용해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가지 더. 메기를 손질하는 법에서 맛의 차이가 드러난다. 아가미까지 제거해 비린내와 냄새를 줄이고 깔끔한 맛을 한층 배가시켰다. 또 메기 등을 손질할 때 물고기에서 나오는 끈끈한 성분을 완전히 제거해 더욱 깔끔한 국물맛을 선보이고 있다.

매운탕과 어죽은 주문 즉시 육수를 넣어 끓여 조리한다. 소자를 주문하면 메기의 경우에는 2마리, 대자에는 4마리가 들어간다. 민물새우도 넣어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는데 일조한다. 매운탕 국물을 한 수저 드니 깔끔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자꾸만 입맛을 끌어당긴다. 어느새 이마와 콧잔등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도 중독되는 얼큰한 맛에 거듭 숟가락질을 하기에 바쁘다. 진한 국물맛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맛큼 전통의 맛을 자랑한다. 푹 고은 생선의 하얀 살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다. 비린 맛은 온데간데 없다. 전통의 비법으로 손질한 담백한 맛이 식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충남 천안 태생인 강춘규(54) '어가명가' 대표는 학창시절을 예산에서 보냈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해먹던 어죽, 매운탕 등 음식을 떠올리며 손님들에게 정통 노하우로 만든 어죽을 타지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 대표는 "맛 그 자체가 바로 서비스다. 맛에 관한 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요령을 피우지 않고 성심성의껏 손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대표는 "금산이나 공주에나 가야 매운탕과 어죽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외로 대전 수통골 등 근교에 어죽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옛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며 인상좋은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밤 9시30분(매주 월 오후3시까지 영업). (※유성구 덕명동 171-62번지 2층) ☎042(822)7736. △메기 메운탕 大 4만원·中 3만원·小 2만5000원 △빠가사리 매운탕 大 5만5000원·中 4만5000원·小 3만5000원 △어죽 7000원 △어죽 칼국수 7000원 △빙어튀김 1만원. 글·사진=이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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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죽칼국수.
어죽칼국수.
 대전 수통골에 위치한 어가명가에서는 생물 민물고기를 정성껏 손질해 만든 명품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자꾸만 구미를 당기는 매콤하면서도 깊고 진한 맛은 깊어가는 가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으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대전 수통골에 위치한 어가명가에서는 생물 민물고기를 정성껏 손질해 만든 명품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자꾸만 구미를 당기는 매콤하면서도 깊고 진한 맛은 깊어가는 가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으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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