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복展 8일까지 대전 모리스 갤러리
삶은 예고도 없이 우리들을 중대한 선택과 결정 앞에 데려다 놓는다. 낯선 순간 앞에 잔뜩 움츠리고 머뭇거리면서 그 순간순간을 홀로 결정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지, 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을 조여오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때로는 타자의 힘을 빌리게 된다.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잃어버린 용기와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단어에는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의 아우라가 있다. '우리' 속의 개별개체가 서로 어울려 융합 되면 혼자서는 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기운과 그에 따른 더 많은 것 들이 발현된다. 개인과 개인이든 개인과 자연이든 아니면 자연과 자연이든 진정한 '우리'의 아우라는 서로의 어울림을 통해서 만 화려하고 강력하게 나타난다.
작가의 작품 세계의 밑그림은 이 어울림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아우라이다. 작품에 등장한 나무나 물고기는 끊임없는 붓 자국의 선과 면들의 중첩을 통해 개별 개체의 구체성은 용해되고 작가만의 새로운 개체가 탄생되는 순간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대상과의 기억들을 꺼내 습관적, 관념적 터치의 선과 면의 중첩을 통해 표현했다는 의미다. 또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숲이나 물고기들은 구체적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추상적이고, 또 집중적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분산적이다. 이것은 자기만의 관념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을 감상자에게 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다. 이를 통해서 감상자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 그 희열을 통해서 만 작가가 펼쳐 놓은 상징적 공간에서 작가와 감상자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목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3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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