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내년 세비가 인상될 모양이다. 인사율을 3.8%로 잡고 기획재정부 세출 예산안에 편성돼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인상율 폭은 공무원 인상율 폭을 적용했다고 한다. 언뜻 용인될 수준의 인상율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실상을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미세조정을 해도 큰 차이는 없다.

현재 국회의원들 세비는 연 1억 3796만 원이다. 이 금액에 내년 인상율을 적용하면 1억 4320만 원이 된다. 총액 기준으로 524만 원 더 받게 되는 구조다. 고액 연봉자나 마찬가지인 의원들 입장에서 524만 원을 더 타도 별로 체감이 안 오겠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그 정도 정액 임금 인상이 실현되려면 수년이 흘러야 한다.

국회의원 세비가 짜다면 못 올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회의원 세비 수준을 분석할 때 보통 1인당 GDP(국민총생산) 2450만 원과 견줘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 세비는 GDP의 5.6배에 이른다. 국민 5명이 합쳐도 국회의원 1명의 소득에 못 미친다는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 일반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호주머니 사정은 애면글면 인상하지 않더라도 두둑한 편임을 알 수 있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들 경우도 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2, 3배 수준에 머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나라들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세비는 7000만-80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도 시원찮을 판인데 내년부터 500만 원 이상을 더 챙기고 싶어하는 것은 고약한 심보다.

항용 하는 소리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놀고먹는 날이 태반이다. 올 정기국회도 한달 이상 허송세월하다가 지각 본회의를 여는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민간 기업 같았으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말의 염치가 있다면 세비인상 예산을 자진 삭감하는 단안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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