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현대 여성의 삶 대변-순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과 죽음의 순환이 반복되는, 변화무쌍한 생명의 터전 순천. 이곳에 칠순의 여자 어부 '윤우숙'이 술 좋아하는 남편 '차일선'과 함께 산다. 그녀는 평생토록 남편이 술을 끊고 건강해지는 것과 그저 자식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두 가지만 바라며 살아왔다. 오직 이를 위해 50년 동안 거친 바다와 갯벌에 나가 홀로 고기를 잡고 꼬막을 캐며 가계를 꾸렸다. 밥벌이에 무심한 남편도 가난도, 모두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참말로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다행히 그런 그녀를 이웃의 어촌계장 김씨가 친누이처럼 따르며 어려울 때마다 돕고, 오늘도 그녀는 쉬지 않고 일한다. 그렇게 순천만에 겨울이 깊어가던 어느 날,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홍기 감독의 '순천'은 관록 있는 독립 PD의 노하우가 응축돼 바다의 풍경들을 포착해낸다. 아름답고 쓸쓸한 바다의 풍경은 고단한 칠순 여장부의 인생사를 대변하고 있다. 영화는 어촌 마을에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그녀 개인의 삶이 아니라 현대 여성의 삶과도 마주하게 된다. 결혼해 맞벌이 부부로 남편과 자식 챙기며 바깥일에 쉴 틈 없는 분주한 현대 여성들 삶 역시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고단하기 때문이다. 최신웅 기자

◇기행 일삼는 가면 쓴 뮤지션-프랭크

뮤지션을 꿈꾸지만 특출난 경력도, 재능도 없는 존은 우연히 인디밴드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는 샤워할 때 조차 커다란 탈을 벗지 않는 남자. 이후 존은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에 음악 축제에 오를 기회까지 얻지만,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프랭크의 불안증세는 나날이 심해지고, 답답한 존은 프랭크의 탈을 벗기려고 시도하는데….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 첫 선을 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연출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피터 스트로갠이 각본을 맡은 영국판 블랙 코미디 '프랭크'. 자연을 비롯한 일상을 통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능과 더불어 음주, 폭행 등 다양한 기행을 일삼는 가면 쓴 뮤지션 '프랭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영화가 끝나는 러닝타임까지 가면을 벗지않고 연기했다는 점이다. 마이클 패스벤더만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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