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쇼그렌 증후군

주위에서 입안이 자주 마르고 눈이 뻑뻑하면서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류머티스질환 중의 하나인 `쇼그렌 증후군`의 대표 증상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다른 병이 없이 발생할 수도 있고 때로는 류머티스관절염이나 그 외 다른 류머티스질환이 있으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일단 쇼그렌 증후군의 증상이 의심될 경우에는 시간을 끌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병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질환명도 생소한 쇼그렌 증후군에 대해 권미혜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쇼그렌증후군이란=쇼그렌 증후군은 외분비 샘인 눈물샘이나 침샘을 일차적으로 공격해 서서히 진행하는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면역체계는 쉽게 설명하면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외부 항원에 대하여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자가면역 질환이란 단순히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이 체계에 질환이 생겨서 이러한 면역 체계가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파괴하는 질환이다. 쇼그렌 증후군에서는 임파구가 분비샘의 정상 상피세포에 침윤해 염증을 일으키고 파괴함으로써 정상적인 외분비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증상인 안구건조와 구강건조를 일으킨다. 쇼그렌 증후군 단독으로 나타나는 일차성 쇼그렌과 류머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 등 타 자가면역 질환에 동반되는 이차성 쇼그렌이 있다.

쇼그렌 증후군의 증상이 가장 많이 시작되는 것은 30대와 40대다. 그러나 아주 어린 환자에서부터 고령까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9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과 증후=쇼그렌증후군의 증상으로 안구건조증이 가장 많이 발견된다. 눈에서는 눈물의 생성 감소로 각막과 결막 상피세포에 염증과 상처를 주는 건성 각결막염으로 지칭되는 증상을 나타내는데, 눈의 지속적인 충혈과 모래가 들어간 듯한 까끌까끌한 느낌과 타는 듯한 통증, 눈꺼풀 아래로 긁힌 느낌, 가려움, 충혈, 그리고 빛에 과하게 눈부신 증상이 나타난다.

구강건조증도 쇼그렌증후군 증상의 일종이다.

침샘에서 심하게 침 분비가 줄어들어서 발생하는데 식사 시, 특히 마른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이 있어 물을 곁들여 삼키게 되고 대화 중 말을 이어나가려면 중간에 물 등의 음료를 계속해서 마시게 된다. 미각의 변화가 일어나며 입에 타는 듯한 느낌이 있고 충치가 잘 생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틀니 등 치아 보조 기구를 하는데 많은 불편감이 생기게 된다.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면 혀와 입 안이 침이 거의 없이 바짝 말라있고, 혀도 돌기가 많이 위축되어 맨들거리게 보일 수 있다. 침이 매우 적고 뿌옇게 보이며 충치가 흔히 동반돼 있다.

안구건조와 구강건조 외에 전신적인 증상도 매우 흔하게 동반되는데, 많은 환자에서 전신 피로감, 미열, 근육통, 관절통의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피로감이 심하거나 지속되는 경우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외에 외분비샘의 상피세포 주위까지 염증이 파급되어 콩팥사이질염, 폐쇄성 세기관지염증 등이 발생가능하고 면역복합체의 침윤으로 인해 피부의 자반증, 콩팥사구체신염, 그리고 말초 신경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악성 종양인 림프종의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이 외에도 관절염, 피부 건조증이나 질 건조증, 기침, 침샘비대 등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진단과 치료=다양한 쇼그렌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증상에 따라 안과나 이비인후과, 또는 피부과 등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각 진료과를 통해 류머티스내과에 의뢰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류머티스내과에서는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를 하며 혈액 검사로 류머티스인자와 항핵항체 등을 포함한 자가면역 항체를 확인하게 된다. 각 증상의 진단과 심한 정도를 보기 위해 해당 진료과로 의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부침샘인 입술샘에서 조직검사를 고려하기도 한다.

쇼그렌 증후군으로 진단이 됐다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여러 방도로 시행되는데 물이나 설탕을 함유하지 않은 음료를 수시로 마시게 하거나 침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무설탕 껌이나 사탕을 사용할 수 있다. 마른 음식이나 흡연 및 침분비를 악화시키는 약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치 예방을 위해 식후 철저한 구강 위생을 유지해야 하며 약제로는 필로카핀(pilocarpine)을 하루 네 번 복용해 볼 수 있다. 다만 부작용으로 타 부위에 땀이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눈의 건조 증상에 대해서는 인공 누액을 필요에 따라 자주 사용해 윤활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인공 누액의 성상에 따라 사용 빈도가 달라지겠고 지속시간을 길게 하려면 연고 용제도 사용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고, 마찬가지로 눈마름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삼환계항우울제, 항전간제, 항파킨슨제 등의 약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피부 건조증에는 수분공급용 로션을 사용할 수 있고 질 건조증에는 윤활 젤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항류마티스 제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관절통과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효과적이며 눈의 망막에 가역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안과적인 검진이 요할 수 있다. 외분비샘 외 증상이 심한 경우에 전신적인 스테로이드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와 같은 면역억제제로 치료하기도 한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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