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런데 새끼들에게 젖을 빨리고 있는 암컷이 네 마리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다섯 마리의 새끼는 각기 다른 어미가 낳은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들개는 다산계의 짐승이었으며 한배에 세 마리 이상 많게는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새끼들에게 젖을 빨리는 암컷 중에는 어미가 아닌 암컷이 있었다.

그게 들개들의 특징이었다.

붉은 들개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가 아니더라도 젖을 빨리고 돌봐주었다. 무리가 공동으로 새끼를 돌봐주었다.

포유류 동물들 중에는 드물게 그런 동물이 있었는데 그렇게 무리가 공동으로 새끼를 돌보는 동물들은 예외 없이 단결력이 강했다.

붉은 들개도 역시 무리의 단결력이 강한 동물인 것 같았다.

들개들은 새끼들을 포함하여 모두 쉰 마리쯤 되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 무리는 한 가족으로 구성된 무리가 아니라 서너 개의 가족 무리가 합친 것 같았다.

이리든 늑대든 개 종류의 짐승들은 보통 한 가족이 여덟 마리 내지 스무 마리쯤으로 구성되고 있었다.

핏줄이 다른 가족들로 구성된 붉은 들개들의 단결력이 그만큼 강할 것 같았다.

포수들은 그 들개들을 모두 박멸할 작전을 세웠는데 처음에는 녀석들이 흩어져 도망갈 길을 막을 작전이었다.

그런데 포수 두목인 이 포수의 머리에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수집한 붉은 들개들의 습성을 고려할 때 뜻밖의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들개들이 총의 집중사격을 받고도 도망가지 않고 덤벼들면 어떻게 될까. 그간에 수집한 정보로 봐서 들개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들개는 어미 배 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그런 공격성을 갖고 나온다는 말이 아니었던가.

조선인 포수들은 작전을 다시 세웠다. 포수들이 들개들에게 집중사격을 가할 거리는 50m쯤이었는데 들개들은 그런 거리쯤은 몇 초 안으로 달릴 수 있었다. 총을 발사한 포수들이 재장탄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세 번째 장탄은 어려웠다.

들개들과 포수들이 육탄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었다.

적의 몸에 아가리가 닿기만 해도 주먹만 한 살점이 잘려 나간다는 들개들과의 육탄전은 끔찍한 결과가 될 것이었다.

포수들은 급히 육탄전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