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추석 명절이 지나갔다. 해마다 가는 고향이지만 갈 때마다 고향의 모습은 조금씩 혹은 많이 변해 있기 마련이다. 40대 중반인 필자의 어렸을 적 고향 모습은 비포장 길에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이나 색색의 양철 지붕을 하고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아스팔트 길에 평 슬래브 벽돌집과 샌드위치 패널의 공장과 거대한 축사들이 혼재돼 있는 모습이다. 점점 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러면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살던 우리 동네 모습은 어땠을지를 상상해 본다.

어렵지 않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과 검정색 기와지붕을 가진 집들의 집합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 국토의 집들이 모두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 같은 모습 말이다. 지금의 여러 형식과 색깔을 가진 모습과 그때의 모습 중에서 어떤 모습이 더 나은 것일까. 이 지점에서 도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건축물의 설계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자주 획일성과 통일성을 이야기한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획일성은 개성 없이 한결같이 다름없는 것이고 통일성은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만들거나 같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이 의미로 본다면 우리 옛 마을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획일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각 집마다 다양한 구성을 한두 가지의 건축 형식으로 통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적으로 다양한 형식과 모습을 한 현재의 마을은 어떤가. 아이러니하게 각 집들의 구성은 오히려 훨씬 더 획일적이다. 그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모습은 두말할 것 없다. 현 대전 지역의 아파트와 다가구주택이 그 대표적인 예다. 겉모습은 비슷하니 통일성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통일성을 가장한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무슨 무슨 마을들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왜 그런 마을들에 사람들이 북적대는 걸까. 이유를 살펴보면 그 마을들은 대부분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얼마 남지 않은 마을조차도 점점 망가지고 있다. 획일성을 좇는 것이다. 그 한 예가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다. 경남 통영의 유명한 관광지가 된 어느 마을 벽에 그려진 천사의 날개가 여기저기 그려지고 있다.

본질을 놓쳐 버린 이런 모습에 건축사로서 가슴이 아프다. 많은 부분에 대한 답은 항상 건축에 있지만 말이다. 조한묵 건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