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여러 기관의 기관장이 공백상태라고 한다. 말 그대로 수장이 없이 각종 기관과 연구소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큰 흠결 중의 하나가 인사 난맥과 지체다.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과 연구기관 마저 곳곳에서 수장과 고위직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미래부 산하 공공기관 49곳 중 6곳이 기관장 공백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과학연구원장은 공석 214일만에 후임 원장을 결정했고, 한국과학창의재단 135일, 항공우주연구원도 113일째 기관장이 없다. 후임 기관장이 임명되기까지 평균 64일이나 소요되고 수리과학연구소는 365일, 김치연구소는 249일이나 걸렸다.

수장 공백은 정부와 미래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책임이다. 기관장 부재시 선임 절차를 빨리 이행하여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상식이다. 그동안 별 이유 없이 업무가 지연되고, 공모가 번복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잦았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원장이 지난 2월 사퇴한 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지난 주에야 후임이 결정됐다. 1차 공모를 무효화한 뒤 재공모를 실시해 특정 인사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항공우주연구원도 재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기관장 공백은 고스란히 업무 차질과, 연구 분위기 악화 등으로 직결된다. 수장이 없어 중요한 결정이 미뤄지고, 신규 사업 구상이나 예산확보 노력 등이 이뤄지지 못한다. 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우 중추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장과 산하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의 부재로 난파선처럼 비쳐지고 있다.

각급 기관의 이사회와 미래부, 국과위 등이 기관장 선임을 지체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태만이다. 갑자기 중도사퇴한 곳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임기만료가 예정된 것은 미리 선임절차를 진행, 단 하루도 기관장 공백을 없애야 한다. 민간기업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못돼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공직사회의 적폐다. 정부 인사 지체가 각급 산하기관까지 번져 일을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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