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회 파행 사태가 지난 20일로 일단락됐다. 원구성을 마무리하느라 거의 임기 3개월을 허비한 것이다. 날자로 계산하면 정확히 의원 임기 개시 82일만이다. 그사이 서구의원 20명에게는 3회 의정활동비가 지급됐다. 사실상 놀고 먹으며 보수를 챙긴 것이며 이는 아마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서구의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지방의회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하는 부조리와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노정시켰다. 지방의회가 작동하기 위해선 원구성 문제가 전제돼야 하며 이는 막무가내식으로 시간을 끌거나 몽니를 부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로 패가 갈린 서구의원들에게는 이런 상식적인 책무와 원칙조차 통하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당파논리만을 앞세우기를 고집하는 바람에 세월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앙앙불락해온 시간을 3개월 가까이 끌었으니 서구의원들은 참으로 질긴 사람들인 게 맞다. 결과라는 것도 허망하기 그지 없다. 전반기 의장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선출됐고 부의장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으로 귀결됐다. 의장, 부의장 선출 건으로 그 난리를 피웠다는 건 논리도 명분도 없는 일이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단선적인 사고에 매몰된 결과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한편으론 의회주의 정신과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구성을 끝냈다고 해서 지난 3개월간의 파행사태에 대한 과오와 허물이 용인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우선, 일하지 않고 챙긴 두 달치 의정비 문제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주민세금으로 지급된 의정비는 그에 상응한 의정활동에 대한 보상이자 대가이므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건 떳떳하지 못한 태도다. 의원들 간 논의와 합의를 통해 값어치 있게 쓰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옳을 것이다.

동시에 서구 주민들에게 시가와 방법을 택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짧지 않은 기간, 의회를 마비시킴으로써 주민들이 입은 불이익이 가볍지 않다. 개개인이 각서라도 쓰는 심정으로 자기반성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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