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프를 벗겨라 만프레트 뤼츠 지음·김희상 옮김 책읽는수요일·238쪽·1만2000원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일거수일투족은 24시간은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모든 것이 날조된 세상에서 30년간 살았던 그는 결국 '진짜 세상'을 찾아 떠난다. 트루먼의 인생을 통째로 날조한 감독은 왜 트루먼이 30년동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간단하죠, 우리는 주어지는 세상을 그저 받아들이니까요."

이 잔인한 영화의 내용이, 감독의 말이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한 비유라면?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논객인 만프레트 뤼츠는 '블러프를 벗겨라'에서 세상을 실제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하는 커다란 힘과 기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세상은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현대의 시뮬라크르(simulacre), 스펙터클 사회에 이르기까지 거짓과 환상, 착각, 자기합리화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먼저 속임수의 선동가로 학자를 꼽는다. '만들어진 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리처드 도킨스를 과학의 위대함을 널리 선전하는 '열정적 선교사'로 비유한다. 또 자기계발이라는 새로운 돈벌이의 영역을 개척한 이들에 대해서 비판하며 대중이 심리치료나 코칭에 관심을 갖기보다 실존적 위기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뉴스,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쇼 등 미디어에 대해서도 '착각의 중개상' 이라 꼬집고 막강한 권력으로 정치조차 손아귀에 넣은 금융, 우상을 파는 자본주의, 직업적 성공을 인생의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신화, 외모제일의 세태, 세속화된 종교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댄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들을 기만하는 권력과 사회시스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유한한 인생을 인지하고 이따금씩 본래적이고 실존적인 인생을 돌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랑, 인간의 존엄성을 만드는 바탕인 도덕과 자연에 대한 존중, 진정한 해방의 경험과 실존적 체험을 강조한다. 최정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정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