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나들이] 마녀

평소와 다름 없던 사무실, 깐깐한 팀장 '이선(나수윤)'은 신입사원 '세영(박주희)'의 보고서를 보고 홧김에 손가락 하나를 건 내기를 한다. 당돌한 세영은 이선에게도 손가락을 걸라고 제안하고, 덜컥 내기를 수락한 이선은 사무실 안에서 떠도는 세영의 무서운 소문을 듣고 오싹함을 느낀다. 마침내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제 때 일을 마친 세영은 가위를 든 채 이선과 마주한다. 그 날 이후, 이선은 괴기스러운 세영의 태도와 갑작스런 남자친구의 연락두절에 의구심을 품고 그녀의 정체를 쫓기 시작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세영은 악의 화신과 같은 여자다. 영화가 차츰 전개되면서 그녀의 불우한 과거가 밝혀지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마녀 캐릭터가 상쇄되는 건 아니다. 요컨대 세영은 어떤 알리바이로도 쉽게 납득하고 공감을 살만한 인물이 아니다. 감독은 그녀의 악행의 원인을 인과론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크게 초점을 두지 않는다. 플롯에서 그녀의 악행의 원인을 설명해놓고 있다 하더라도 그건 최소한의 안전판에 가깝다. 그보다 이 영화는 세영의 악행 그 자체를 세세하게 공들여 묘사한다. 사랑받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파멸시키기로 결심하고 그걸 실행하는데 성공하는 세영의 캐릭터는 무시무시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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