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이기심에 매몰된 사회 고속성장 이면 양극화 그늘 사회적경제도 변질될 우려 협동·자치의 가치 되새겨야 "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서슬 푸르게 서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려 해 보지만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다만 서구 사회의 사상사는 그 둘 사이의 긴장을 잘 세워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서양사상사는 사회정의 또는 평등이라고 할 수 있는 왼쪽 편 사람들의 생각과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른쪽 편 사람들의 생각들의 나열이다.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사회적 평등을 잃고 싶지 않았고,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그런 노력들이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보존되고 유지되어 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역사의 어느 시기에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의 흐름으로 대두되었고 이러한 시기는 어김없이 빈부의 격차와 소득의 불평등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는 것을 인류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현대의 주류 경제학은 이러한 개인의 자유 또는 이기심과 시장의 역할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데, 그러나 협동을 통해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경제학 용어 중에 '트리클 다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낙수효과(落水效果)라고 할 수 있는데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라는 뜻으로 정부가 투자 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고, 결국은 경제 발전과 국가 복지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이 이론에 기초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고도성장의 열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저소득층에게까지 전파되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 등으로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고소득층에게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가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트리클 다운 효과에 대해 "과거엔 유리잔이 흘러 넘치면 가난한 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잔이 가득차면 마술처럼 잔이 더 커져 버린다"고 하신 말씀은 이러한 '트리클 다운 효과'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다. 이런 생각은 지난해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정의하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사회적기본법 입법 공청회'에서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양극화라는 그늘이 있었다. 지금 양극화로 인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인 신계륜 의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내외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의 메가 트렌드로 발전해가고 있는 사회적경제를 당의 중요한 정책의제로 설정하고 범국가적 어젠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 역시도 사회적경제가 또 다른 경제, 사회혁신을 위한 경제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으로 주목하고 있다.

온 나라가 사회적경제를 이룩해야 한다며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적경제가 고민되고 그에 따른 실천이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경제는 삶의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데, 삶의 방식은 그대로 두고 보조금 지원에 대한 필요 요건만 갖추면 되는 왜곡된 사회적경제 조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협동과 자치를 통해 구현해 가야 하는 대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충청남도가 공식적으로 사회적경제를 표방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바닥에 닿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윤기 충남사회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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